사회 사회일반

[르포] '코로나 공포' 실종된 홍대·이태원 거리..넘쳐나는 핼러윈 인파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31 23:58

수정 2021.10.25 09:40

핼러윈 분위기 즐기러 쏟아져 나온 시민들.."즐기자!"
서울 밤 거리는 행인들이 뱉은 '침'으로 도배
합동점검 효과 '한시적'..이내 업장내 손님 '다닥다닥'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1일 오전 0시20분께 유흥시설이 밀집한 서울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발디딜틈 없이 몰렸다. /사진=김문희 기자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1일 오전 0시20분께 유흥시설이 밀집한 서울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발디딜틈 없이 몰렸다. /사진=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야, 진짜 미쳤다. 진짜 사람 많다!"
방역당국의 거듭된 당부에도 코웃음 치듯 31일 자정 서울 밤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한 대규모 확산을 우려한 방역 당국이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0일부터 이태원 거리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북적였다.

'방역게이트'도 인파에 밀려 무용지물
31일 일부 매체는 전날 이태원 거리에 '방역 게이트'가 설치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역 게이트'는 QR코드 인식 장비와 체온 측정을 거친 후 게이트를 통과하면 온 몸을 소독해주는 장치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이날 방역 게이트를 통과한 시민들에게 '체온 측정을 통과했다'는 인증 스티커와 용산구 마크가 찍힌 마스크를 배포했다.

그러나 일부 매체의 보도와 달리 '방역 게이트'는 밤이 깊어질 수록 몰려드는 인파에 밀려 무용지물이 됐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으나 자정이 가까워 올 수록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이용자 수는 100명에 1명 꼴로 미미했다.

31일 0시를 넘어서자 이태원 해밀톤호텔 뒷길 300여m는 각종 코스튬을 갖춰 입은 행인들과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거리는 흡연을 하던 행인들이 뱉은 침이 뒤덮여 그야말로 '비말천지'였다. 한껏 코스튬으로 멋을 낸 시민들은 기념 사진을 찍는 등 방역당국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무르익어 가는 핼러윈 분위기를 만끽했다.

경찰을 비롯한 자치구 관계자들은 유흥시설이 몰려있는 일대를 늦은 시간 까지 지속적으로 순찰을 돌았다. 그러나 오후 11시가 넘어서면서 방역수칙 미이행 행위들에 대한 단속이나 시정조치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활보하거나 거리에 잇따라 침을 뱉는 이들은 물론 서로 어깨를 맞닿고 술잔을 기울이는 식당에 대해서도 관여치 않았다. 이태원 일대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오늘 기동대를 비롯한 경찰관들이 나와 순찰을 도는 것은 안전사고 예방의 차원"이라며 "방역수칙 이행 점검 등은 시나 자치구에서 나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0일 서울 일대 클럽들이 문을 닫자 이른바 '헌팅포차'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 한 포차 내부 모습.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0일 서울 일대 클럽들이 문을 닫자 이른바 '헌팅포차'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 한 포차 내부 모습.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클럽 문닫자 '헌팅포차 '문전성시'
서울 일대 일부 클럽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른바 '헌팅 포차' 등 일반음식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헌팅포차들이 밀집한 홍대 거리에는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쓰지 않은 사람, 비말차단 마스크 대신 핼러윈 가면으로 대체한 사람들이 포차에 들어서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섰다.

식당 내부도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10시부터 줄이 길게 늘어져 있던 한 고깃집에선 사람이 겨우 비껴 지나가야 할 만큼 테이블 간 거리가 가깝게 붙어 있었다. 환기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지만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 마스크를 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새벽 두 시를 넘어서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늘면서 거리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늘었다. 가게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사람들이 한 거리에 몰리니 인근 상인들의 불안도 이어졌다. 테이크아웃 카페를 운영하는 임성임씨(60)는 "마스크를 잘 낀 손님도 분명 많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며 "금요일 밤이나 주말엔 새벽 4~5시까지 영업하는데, 내일은 상황을 보고 빨리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대 한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문 앞에 '제발 마스크 쓰고 들어와 달라'고 써 붙여뒀지만 자정이나 새벽이 되면 다들 술에 취하니 마스크를 안 끼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우려를 표했다.

핼러윈 기간 동안 문을 닫은 클럽 종사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거리에서 만난 클럽 관계자 이모씨는 클럽 휴업과 관련해 "거리두기는커녕 맞은편 헌팅포차는 대기를 40팀씩 세워둔다는데 정부 시책에 따라 문 닫은 저희만 바보가 된 것 같다"며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번 점검은 7개 기관(서울시, 법무부, 식약처, 자치구, 서울시민생사법경찰단,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 합동으로 이뤄졌다. 합동 점검에서 중점으로 검토한 핵심 방역 수칙은 △테이블 간 거리두기 미이행 △종사자 마스크 미착용 △전자 출입명부 관리 부실 등 3가지다.

방역수칙을 위반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돼 집합금지명령 등 행정조치를 받은 클럽 및 일반음식점 등은 총 14개소다.
이들 업소는 일반음식점 10곳을 비롯한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은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거리두기와 명단 작성이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0일 오후 11시께 경찰기동대원들이 3인 1조로 이태원 일대를 순찰돌고 있다. /사진=김문희 기자
핼러윈 주말이 시작된 지난 30일 오후 11시께 경찰기동대원들이 3인 1조로 이태원 일대를 순찰돌고 있다. /사진=김문희 기자
핼러윈 주말이 시작되자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러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틈 없는 이태원 거리. /사진=김문희 기자
핼러윈 주말이 시작되자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러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틈 없는 이태원 거리. /사진=김문희 기자

서울 일대 클럽들이 문을 닫자 이른바 '헌팅포차'는 문전성시를 이뤘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지난 31일 핼러윈 주말을 맞아 홍대 한 포차에 들어서기 위에 골목을 메운 대기줄.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서울 일대 클럽들이 문을 닫자 이른바 '헌팅포차'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 31일 핼러윈 주말을 맞아 홍대 한 포차에 들어서기 위에 골목을 메운 대기줄.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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