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면세업계 살릴 타이밍, 놓쳐선 안된다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1 18:20

수정 2020.11.01 18:20

[강남시선] 면세업계 살릴 타이밍, 놓쳐선 안된다
지난 1962년 김포공항에 국내 첫 면세점이 들어섰다. 외국인 전용이었다. 일본인 등을 대상으로 수입잡화와 토산품을 팔았다. 1979년 동화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이 등장하면서 제대로 된 면세점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약 40년이 지난 2018년, 한국의 면세산업은 당당히 글로벌 1위(매출 기준)에 올랐다. 해외 명품을 비롯해 K뷰티, K푸드 바람을 타고 국산 화장품과 홍삼 등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
2019년 면세업계 전체 매출은 25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 지금도 한국 면세산업은 글로벌 톱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만큼 국내 면세사업자들이 군침을 흘리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은 올해 세 차례 연속으로 유찰됐다. 코로나19가 한국 면세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길, 바닷길이 수개월째 막혀 있어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중국,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시내면세점은 인적이 뜸한 지경에 이르렀다. 한 면세점 직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일주일에 사흘 출근한다. 이러다 월급도 절반으로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자조 섞인 웃음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735억원, 신라면세점은 965억원, 신세계면세점은 694억원의 적자를 냈다. 정부가 재고 면세품 제3자 반송 및 내국인 일반판매를 허용해줬으나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면세업계는 "이대로 가면 머잖아 중국에 역전당할 것이다" "몇 안 되는 세계 1위 산업인데 눈뜨고 빼앗기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침체에 빠진 면세업계가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많은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웃나라 중국의 면세산업은 정부의 든든한 후원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별경제지구인 하이난은 중국인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 면세쇼핑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하이난 면세점의 연간 1인당 면세쇼핑 한도를 3만위안(약 500만원)에서 10만위안(약 1700만원)으로 확대하고, 면세상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늘렸다. 해외여행길이 막힌 중국인들이 하이난으로 몰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면세업계는 속만 끓이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3분의 2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게서 나온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특허수수료 납부유예나 감면, 면제 △내국인 면세한도(600달러) 범위 내에서 한시적인 쇼핑 허용 △해외직구와 같이 150달러 한도 내에서 온라인 구매 허용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비출국자에 구매 허용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내국인이 제주 등을 다녀올 때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비행관광' 상품에 면세쇼핑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정부의 정책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카드를 만지작거리다 자칫 한발, 두발 늦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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