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폐업 쓰나미’ 소상공인의 절망 "연말 특수, 올핸 틀린 것 같다" [우울한 '소상공인의 날']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4 18:02

수정 2020.11.04 18:07

3년전 공실 없던 이태원 15% 급등
2분기 서울서만 2만여곳 문 닫아
"직원 내보내고 겨우 임대료만 내"
소상공인 격려·포상 행사도 연기
4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전통시장에는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상인들은 '이겨내자! 코로나19'라는 문구가 적힌 앞치마를 목에 걸고 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줄고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4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전통시장에는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상인들은 '이겨내자! 코로나19'라는 문구가 적힌 앞치마를 목에 걸고 영업에 나서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줄고 소비자의 지갑이 닫히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장사 안돼서 죽겠는데, 소상공인의 날은 무슨…." 서울 서대문구 한 전통시장 인근에서 7년째 곱창을 팔고 있는 신모씨(70)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신씨는 월임대료 220만원을 수개월째 못내 보증금 1500만원을 모두 까먹었다.
그는 "이제 곧 연말이다, 송년회다 해서 저녁 예약이 들어와야 하는데 올해는 틀린 거 같다"며 "이대로라면 곧 폐업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사업체 폐업률 급증

'소상공인의 날'(11월 5일)을 하루 앞둔 4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번화가와 전통시장 어디 하나 가릴 곳 없이 유동인구가 줄고, 소비자의 지갑은 굳게 닫혔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은 음식업, 서비스업, 숙박업 등의 경우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사업자를 일컫는다.

소상공인 사업체는 전국에 320만개가 넘고 종사자는 640만명을 웃돈다. 경기 흐름에 가장 민감해 '경기의 바로미터'라고도 불린다.

소상공인의 날인 매년 11월 5일 소상공인을 격려하고 포상하는 의미의 '소상공인 대회'가 개최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로 줄폐업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에게 올해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 더 추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은 크게 늘고 있다. 2017년도 1·4분기 공실률 0%를 자랑하던 이태원은 올해 2·4분기 공실률 15.2%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목동은 0%에서 17.3%로 기록했고 신촌도 0%에서 7.3%로 증가했다.

체감 상황은 통계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20여년간 신촌에서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한모씨는 "1층 알짜배기 상권을 제외하고 지하, 3~5층 상가 대부분은 권리금도 없이 가게를 내놓은 상태"라며 "내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모두 공실이 될 곳들"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2·4분기 서울의 상가수는 37만321곳으로 집계됐다. 1·4분기가 39만1499곳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무려 2만1178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주머니 넉넉해야 떡볶이라도 사먹지"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된 이후 매출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예년보단 크게 밑돈다고 입을 모았다.

신촌 골목에서 49.5㎡(약 15평) 넓이의 국숫집을 운영하는 30대 최모씨는 "10월 말부터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건 같다"며 "건물주가 3개월간 임대료 20%를 깎아줘서 한동안 버텼지만 요새는 정말 힘들다. 직원을 한명 두고 겨우 임대료만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소상공인으로 꼽히는 전통시장 상인들도 형편은 다르지 않았다. 서대문구 한 전통시장 상인은 저마다 '힘내라 서대문! 이겨내자! 코로나19'라는 문구가 적힌 앞치마를 목에 걸고 영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 시장에서 6년간 분식집을 해온 이모씨(65)는 "손님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야 지나가다 떡볶이도 사먹고 하는데 다들 어려우니까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말만 소상공인의 날이지 우리를 위한 게 어디있나. 먹고 살기 힘든 건 매한가지"라고 푸념했다.

이 전통시장은 하루 3차례 소독하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상인회 총무인 50대 고모씨는 "전통시장은 방역에 취약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며 "모두 힘든 상황인 만큼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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