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망하거나 못 지키거나" 노래방 '30분 환기룰' 난색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8 14:51

수정 2020.11.08 14:51

"1단계부터 생존 어려운 수칙" 하소연
코로나19로 있던 손님도 끊긴 상황
노래연습장협회 "방역당국에 의견서 제출 예정"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최근 노래방에 적용된 '30분 환기룰'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노래방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최근 노래방에 적용된 '30분 환기룰'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의 노래방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 "안 지키겠다는 게 아니라, 생존이 가능한 방역 수칙이 나와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5단계 방역 수칙 중 '노래방 30분 환기 룰'에 대한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노래방 30분 환기 룰'은 손님이 이용한 룸을 즉시 소독한 후 30분 뒤 재사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적용 중인 코로나19 방역대책이다.

노래방 업주들은 "가장 낮은 1단계부터 지켜야 하는 수칙인데,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노래연습장협회 측은 방역 당국에 조만간 의견서를 보낸다는 방침이다.

손님 '반짝'인데 30분 환기 룰 못 지켜
8일 노래방 업계에 따르면 '30분 환기 룰'은 현장에서 적용은 가능하나 생업을 지켜내기에는 어려운 수칙이다. 노래방 특성상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가 하루 2~3시간으로 정해진 업종인데다 이용 시간으로 돈을 버는 '시간 장사'여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씨(56)는 "30분 환기시켜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사실 손님이 몰리는 저녁 7~9시에 수칙을 지키긴 어렵다"며 "그 시간이 우리에겐 가장 절박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1단계 수칙부터 생존을 위협하는 수칙"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인노래방은 1000원에 약 3곡을 부를 수 있는 형태다. 코인노래방 특성상 손님들이 3곡만 부르고 퇴실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 '30분 환기룰'을 적용하면 방 회전율이 떨어져 매출은 4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4㎡당 1인' 수칙까지 더해져 3인 이상 손님을 받기 어려워진 코인노래방의 매출은 이미 급격히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최근 노래방에 적용된 '30분 환기룰'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코인노래방 앞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최근 노래방에 적용된 '30분 환기룰'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소재 한 코인노래방 앞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조윤진 인턴기자

업주들 "현실성 있는 수칙 달라"
번화가에 위치한 노래방들도 '30분 환기 룰'을 지키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 코인노래방 업주 김모씨(69)는 "이 근처 코인 노래방만 해도 10개가 넘는다"며 "방역수칙이라고 설명드려도 손님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7월 기준 건대입구역 번화가가 있는 광진구 화양동 소재 노래방 수는 78개에 달했다.

노래방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그나마 있던 손님마저 발길을 뚝 끊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A노래방 업주 정모씨(75)는 "평일 낮엔 대학생들이 자주 찾았지만 보시다시피 텅 비어 있지 않느냐"며 "일단 12시간 중에 10시간은 환기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 때문에 노래방 업주들은 1단계부터 적용되는 '일상 수칙'인 만큼 현실성을 있게 만들거나 차라리 단속과 점검이 가능한 수칙을 내달라는 입장이다.

노래연습장협회 관계자는 "방역이 필요하면 차라리 확실하게 단속 지침을 마련하든가 해야 할 텐데, '30분 환기 룰'은 단속할 수도 없고 단속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30분 환기룰'이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노래방 업주들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방역 당국에 보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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