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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코로나와 바이든 그리고 한국 제조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1 18:11

수정 2020.11.11 18:11

[fn시평] 코로나와 바이든 그리고 한국 제조업
10월 하순 발표된 한국 경제의 3·4분기 국내총생산이 전분기 대비 1.9% 늘어나며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비스업이 0.7% 성장에 그쳤지만 제조업 생산이 7.6% 증가하면서 추가적 경기하락을 막아냈다. 코로나 충격이 지속되는 여건에서도 제조업 분야의 강점에 기반해 내성을 보여준 셈이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성장엔진으로서 제조업의 매력은 넓은 세계시장을 무대로 고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20세기 이후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들은 하나같이 제조업 강국 단계를 거쳤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빠르게 일어난 일본과 독일이 그랬고, 1970년대 이후 눈부신 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과 대만도 그렇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성장을 오랜 기간 지속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임금, 지대 등 생산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여기에 후발국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까지 등에 업는다. 선발 제조업 강국은 결국 후발국에 우위를 내주고 국내 경제에서 내수·서비스 산업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한국의 제조업이 이런 기로에 선 지는 이미 오래다. 2000년대 들어,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비스산업 위주로 산업구조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차피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에 뺏길 수밖에 없으니 일정 정도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대확산이나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 당선 등 최근 일련의 상황 변화는 당분간 제조업 위주의 성장전략 지속이 그 나름대로 의미있고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시사한다.

첫째, 교역환경 변화 가능성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경기회복을 위해 자국 중심주의를 우선시할 것으로 보여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4년간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가 줄어들고 통상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자 간 통상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의 역할이 축소되는 산업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치사슬의 중요한 부분을 선점할 여지가 생긴다.

둘째,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면서비스업의 어려움이 이어지리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더해 가사, 교육, 의료 등 전통적 서비스 영역의 상당 부분이 제조품에 의해 대체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서비스로봇이나 신가전 제품이 나타나는 것이 좋은 예다. 여러 유형의 대면서비스가 상품에 내재화되면서 제조업의 영역이 넓어지는 방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 사이의 경계가 변화하고 있다.


셋째, 코로나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심화돼 온 양극화가 가속되리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간 이하 소득계층의 소비가 위축돼 전체 소비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와중에서도 고소득층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경쟁력을 높이거나 또는 저소득층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 모두 우리 제조업에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요인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LG경제연구원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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