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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美 대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2 18:00

수정 2020.11.12 18:02

[fn광장] 美 대선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이번처럼 미국 대통령선거에 관심을 가졌던 적은 없었다. 그 이유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와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의 차이가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Jr.)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이 된 것과 트럼프의 찌질한 뒤끝이 주요 이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음을 언급하고 싶다.

우선 선거 기간 특히 바이든 후보가 당선이 유력해지는 시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이 그랬다.
바이든이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재직을 시작했던 것은 2009년 1월이다. 이때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의 금융부문 공약은 규제 강화를 통한 시장 리스크 방지가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이 바이든을 선호한 것은 규제로부터의 손해보다 경제 펀더멘털 강화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어쩌면 최근 무디스 자료처럼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 밖으로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주(州)별 선거 결과에서 한국은 물론 세계 석유화학 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트럼프가 승리한 주들에서 유독 바이든 후보의 득표 비율이 트럼프의 절반 정도에 그친 곳들이 있다. 바로 미국 내 석유(셰일석유)나 석탄 산지이거나 이와 관련이 있는 주들인 노스다코타, 알래스카, 웨스트버지니아, 오클라호마, 와이오밍 등이 그렇다. 최대 석유 산지인 텍사스주도 트럼프가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물론 이들 지역이 원래부터 공화당 세력이 강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지역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중심 정책을 선호하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의 위기의식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석에너지의 몰락으로 탄소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다면, 여전히 석유화학을 비롯한 중화학공업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바이든 당선의 일등공신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가 싶다. 트럼프가 오바마케어를 지속했다면, 트럼프가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취했다면, 지금 미국 내 1000만명 넘는 확진자와 약 25만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비극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트럼프가 재임에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 우선'이라는 허무한 구호보다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자본의 확충'을 택했다고 본다. 미국마저 이제는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가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구조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한편 최근 우리 언론에서는 국내 어느 인사가 바이든 참모들과 연줄이 있다든지 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어설픈 관시(關係, 인맥)로 바이든 행정부에 줄을 대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현재 미국은 주된 정치지형이 사회 지도층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현시대를 사는 미국인과 미국기업들의 생각을 읽어내려 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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