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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美 정부, 현대화폐이론 적용 가능성 높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5 18:02

수정 2020.11.15 18:02

[fn광장] 美 정부, 현대화폐이론 적용 가능성 높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인이 된 후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정정책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MMT는 바이든의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는 스테퍼니 켈턴 뉴욕주립대 교수가 주창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화폐가 물물교환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거래 당사자들이 고안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MMT 지지자들은 화폐를 '공권력이 생산물과 서비스를 유통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증서(Charta)'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법정화폐로 세금을 걷는 이상 납세자들은 그 화폐를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MMT 지지자들은 정부 지출은 조세보다 선행하는 독립적 행위이므로 단기적 균형재정의 압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MMT 이론을 정교화한 랜들 레이 교수는 '일자리 보장제'(Job Guarantee)를 제안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줄어들면 공공부문에서 고용을 늘려야 한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마지막 대부자인 것처럼 정부는 일자리의 최종 공급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헤지펀드 업계 대부로 알려진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도 MMT가 통화정책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통화정책의 주요 수단은 금리와 통화량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주체의 소득불균형을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 있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부자들의 부(Wealth)만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저금리는 가계소득을 기업소득으로 이전시켜 가계를 상대적으로 가난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가계는 은행에 저축한 돈이 대출한 돈보다 많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계의 이자소득은 줄어든다. 달리오는 금리인하나 양적완화보다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 필요한 곳에 쓰면 소득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MT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MMT가 공짜 점심이다'라는 것이다. 둘째, MMT는 정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나도 파산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지만 MMT 반대론자들은 일부 남미 국가나 그리스 사례에서 본 것처럼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나면 결국 재정위기를 겪게 된다고 주장한다. 셋째, 통화공급이 늘어나면 시차를 두고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넷째, 구축효과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MMT 지지자들은 이런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측면을 더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물가에 대해서 의견이 다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이 통화공급을 크게 늘렸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들어설 바이든 정부의 핵심정책 목표는 '중산층 회복을 통한 안정적 성장'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재정정책을 통한 소득불균형 해소와 환경과 기후 관련 대규모 투자다.
바이든 정부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MMT를 부분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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