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공공 와이파이 넓히는 건 좋지만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16 18:00

수정 2020.11.16 18:00

서울시·과기부 논란 봉합
공무원이 직접 하기보다
이통사에 맡기는 게 타당
[곽인찬 칼럼] 공공 와이파이 넓히는 건 좋지만
서울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까칠하게 붙었다. 공공 와이파이를 놓고서다. 서울시는 자기가 하겠다고 우겼고, 과기부는 법 위반이라고 맞섰다. 그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놓고 싸우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던지 한발씩 물러섰다. 과기부는 '서울시와 공공 와이파이 사업 맞손'이란 제목으로 보도자료(10월 30일)를 냈다. 하지만 본심은 '서울시 시범사업은 법이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작은 제목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시는 공공 와이파이 사업을 직접 하려는 마음을 접는 게 낫다. 그 일은 전문가인 이동통신 3사에 맡기는 게 맞다.

과기부가 말한 법은 전기통신사업법이다. 7조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기간통신사업의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못 박는다. 과기부는 "1991년부터 국가나 지자체 공무원이 직접 기간통신 역무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해 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해 한국통신(KT)이 정식으로 출범했다.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한 뒤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제 와서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다시 통신사업을 한다면, 뭐랄까 일종의 반칙이다.

사실 공공 와이파이 사업은 중앙정부가 한발 앞섰다. 이미 과기부는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장소, 전국 시내버스 등에서 관련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와이파이 메카'로 조성한다"고 약속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상위 국정과제로 등장한 한국판 뉴딜에서도 공공 와이파이는 중요한 요소다. 이러니 서울시의 독자 행보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과기부 사업은 법 테두리 안에 있다. 산하 정보화진흥원은 올해 공공 와이파이 구축 사업자로 KT를 선정했다. 또 품질고도화 사업은 KT, SK텔레콤, LGU+ 3사에 고루 맡겼다. 정부는 예산만 대고 현장 업무는 이통 3사에 맡겼다. 이 방식이 옳다.

서울시가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 집착하는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 작고한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10월 스마트서울 네트워크(S-Net) 구축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내놨다. 와이파이 서비스 지역을 오는 2022년까지 생활권 면적의 100%로 높인다는 내용이다. 위급한 일이 터지면 자동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스마트가로등, 치매어르신과 아동의 위치를 파악하는 실종방지 같은 서비스도 꿈꿨다. 서울시 공공 와이파이 이름을 지어달라는 시민 공모전도 열었다. 거기서 나온 브랜드가 '까치온'이다. 한마디로 S-Net 구축은 박 전 시장의 유작이다.

다 좋다.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주인공들이 남의 집 와이파이를 잡으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공공 와이파이 더 넓혀야 한다. 서울시더러 그걸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하되 시설 구축과 운영은 공무원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에 맡기라는 거다. 과기부는 이미 그렇게 한다. 또 행정안전부는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자로 KT와 SK텔레콤을 뽑았다. 왜? 법도 법이지만 공무원보다 그 분야 전문가들이 더 잘하기 때문이다. 통신망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명품 플루트는 최고의 연주가에게 주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그래야 멋진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라는 악기의 연주는 통신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정의다.
속이 쓰리더라도 서울시가 지지부진한 제로페이 사업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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