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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통과해도 산 넘어 산…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법적쟁점은?

뉴스1

입력 2020.11.18 06:30

수정 2020.11.18 06:30

2020.11.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20.11.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국내 로펌 변호사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국내는 물론 해외 경쟁당국의 '독과점 심사'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국내 1, 2위 사업자인 두 거대 회사의 통합으로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가 불발될 수 있다. 공정위는 일단 양사의 결합심사 요청이 들어온 뒤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경영부실 정도가 심한 상태라 공정위가 기업결합 예외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까스로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절차는 넘어야할 큰 산으로 남아 있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로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양사의 기업결합심사 요청서가 제출된 이후 경쟁제한성을 판단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이 각각 22.9%, 19.3%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 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법인 신우의 박종흔 변호사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경쟁제한적 기업 결합이라는 점은 다툼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성사될 경우 독과점 사업자가 탄생하게 되므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박 변호사는 독과점 논란을 피해갈 예외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한국 시장 점유율이 승용차 55.6%, 버스 74.2% 등으로 높아지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기아차가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이유를 들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저비용 항공사 등장에 따른 경쟁 강화로 항공권 가격 인하와 다양한 노선 등 증가했던 소비자 편익이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인해 도로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실제로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 합병한 이후 국내 자동차 가격이 미국보다 높다고 하소연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박 변호사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가 산업은행 등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1국가 1국적 항공사로 재편되는 세계 항공 트랜드, 아시아나의 경영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기업결합 예외로 인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은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을 기업결합 제한 예외로 두고 있는데, 두 항공사의 통합이 이러한 예외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위 법령인 공정거래위원회고시는 회생 불가 회사의 판단기준으로 Δ상당기간 자본총액이 납입자본금보다 작은 상태에 있는 회사 Δ상당기간 영업이익보다 지급이자가 많은 경우 Δ파산신청 회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결합을 하지 않을 경우 생산설비 등이 계속 활용되기 어렵고, 경쟁제한성이 적은 다른 기업결합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 4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한 것도 예외조항 적용 사례로 회자된다.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2013~2019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2020년 3월 말 1152억원 규모 미지급 채무액을 상환하기 어렵고 제주항공 외에 인수 희망자도 없는 점을 고려해 조건 없는 인수 승인을 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로펌 한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제7조 2항은 굉장히 오랫동안 사문화됐다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사례에 매우 드물게 적용됐다"며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에 대한 공정위 결정에 현재까지도 논란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공정거래법 예외 조항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공정위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사 결합을 승인하더라도 점유율이 높은 일부 노선을 제 3자에 매각하라는 식의 조건을 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에서 항공사업을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위해 넘어야할 산은 또 남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국내 대형로펌 변호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국이 해외에서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딜'이 이뤄지기 위해선 유럽이나 중국, 일본 등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가 완료되기 위해선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를테면 공정위 승인에도 불구하고 해외 경쟁당국이 양사 결합을 불허한다면 통합이 완료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3월 본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한 사례다.
현대중공업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난해 7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으며,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도 기업결합 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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