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반대 일색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 깜깜이 청문회가 될 거다라는 비판부터 여야 야합이란 비난까지 나왔다. 타당한 지적이다. 사실 20년 전에 시작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고위직 진출을 꿈꾸는 이들은 평소 몸가짐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대가가 만만찮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청문회를 지켜보며 오히려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 현상이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요즘엔 장관 하라고 하면 다 도망가는 세상이 됐다"며 "문재인정부 들어 27명이 못하겠다고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신상털기, 가족 비리 캐기에 주력한 나머지 정작 본질이라 할 정책검증은 뒷전이라면 분명 문제다. 우리는 곧 구성될 TF가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돌리는 방안을 잘 다듬길 바란다. 그 대신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임명을 강행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도덕성 비공개의 참뜻이 산다.
유재시거(唯才是擧)란 말이 있다. 오직 재능만을 천거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중국 삼국시대에 조조는 구현령에서 "흠결이 있는 자라도 재주가 있으면 천거하라"고 말했다. 21세기에 조조식 구현령은 한계가 있다. 다만 사람을 쓸 때 능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원칙만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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