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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항공 빅딜인가 정부 빅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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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SURVEY

대한항공에 7대 의무
경영자율성 침해 논란

[fn사설] 항공 빅딜인가 정부 빅딜인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를 대신해 공로패를 수상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한항공에 7가지 의무조항을 부여했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한진칼도 같은 내용을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의무조항은 산은이 지명한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 선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협의, 인수 후 경영계획 수립과 이행 책임 등이다. 이를 어기면 위약금 5000억원을 무는 조항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이미 5조원 가까이 된다. 이번 빅딜로 8000억원을 더 내야 하는 산은이나 인수자금 도움을 받는 대한항공이나 의무조항 합의는 불가피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건전한 경영감시 명분으로 마련한 정부기관의 경영개입 장치가 심각한 기업의 자율성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혹여 편향된 시각의 인사가 산은이 확보한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자리를 꿰찰 경우 정치적 논리로 기업을 압박할 소지도 배제하지 못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 직전까지 갔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재무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RAP)을 통해 지원받은 510억달러(약 56조원)를 회생의 발판으로 삼았다. 재무부의 지분율은 60%를 넘어 GM은 사실상 국가 소유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재무부는 GM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극적으로 부활한 GM은 일자리 120만개와 350억달러 세금으로 정부와 국민에게 화답했다. 이 사례가 구제금융의 좋은 모범이다.

항공 빅딜은 아시아나 매각 불발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경쟁력을 갖췄으나 당장 눈앞의 부채만 보고 부실기업 딱지를 붙여 퇴출시킨 한진해운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회생 불가능한 기아차를 인수해 지금은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업체들과 대등한 위치에 오른 현대차는 바람직한 모델이다. 기업은 돈을 벌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본질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사도 바로 그 길을 가야 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8일 "노선과 사업 확대로 구조조정 없이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현재 중복인력이 많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조 회장이 산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산은과 정부에 당부한다. 기업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겨라. 양사 통합의 최대 목적은 국내 항공산업을 살리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러한 희생이 회사를 살리는 밑거름이 된다. 산은 개입이 자칫 독이 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