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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술접대' 수사 중대갈림길…라임 폭탄, 어디로 터질까

뉴스1

입력 2020.11.20 07:01

수정 2020.11.20 09:39

사진은 10일 오후 김봉현 전 회장 측이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서울의 한 술집. 2020.11.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은 10일 오후 김봉현 전 회장 측이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서울의 한 술집. 2020.11.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상임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에서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검사와 변호사를 고발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김한메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상임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에서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하는 검사와 변호사를 고발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0.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조6000억원대 '라임 환매중단 사태'의 배후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0.4.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검사 술 접대 의혹과 여권 로비 실세 의혹.'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로 집중 규명 대상이 된 두 가지 의혹이다. 최근 더 논란이 되는 것은 검사 술 접대 의혹이다.


술 접대가 사실로 드러나면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신빙성을 얻을 수 있어 '검찰 게이트'로 걷잡을 수 없이 사안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정부의 검찰 개혁에 명분을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술 접대 의혹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김 전 회장이 앞서 폭로한 여권 실세 로비 의혹에 다시 이목이 쏠릴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검찰 수사로 반전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기꾼인 김봉현의 말에 놀아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지만 김 전 회장의 폭로는 여전히 검찰 수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술 접대 의혹 '현직' 검사 3명 모두 소환조사

20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술 접대 대상으로 지목한 검사 3명을 최근 모두 소환해 조사했다. 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지난 15일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와 B검사·C검사·D검사를 불러 술 접대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김 전 회장이 특정한 술 접대 지목 날 행적을 자세히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6일 김 전 회장이 술 접대 대상으로 가장 마지막에 지목한 D검사의 사무실과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함께 술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김 전 회장과 대질조사하며 술 접대 의혹이 사실인지 캐물었다. 대질 조사 직후 김 전 회장은 입장문에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행정관도 지난해 7월 현직 검사들에게 술 접대한 게 사실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김 전 회장은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 술 접대를 한 검사 2명을 지목한 뒤 지난달 28일 검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나머지 1명으로 D검사를 지목한 바 있다.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의 지시로 직접 감찰에 나섰고 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영향력 '여전'

라임 사태 흐름은 김 전 회장의 '입'에 따라 방향이 결정돼 가파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김 전 회장의 폭로 타깃은 '여권 실세'였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원조 친노'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부대변인,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대상이었다.

그러다 김 전 회장은 "김영춘 총장과 기동민 의원이 아니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58·수감 중)에게 돈을 건넸다"고 최근 말을 바꿨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도 여권 인사를 대상으로 로비했다고 진술했다가 정작 공판에선 이를 번복했다.

여권 실세 로비 의혹이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자, '검찰 술 접대 의혹'이 단숨에 떠올랐다. 김 전 회장이 옥중 입장문을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1000만원 상당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하면서다. 그는 검찰이 강압 수사로 여권인사 로비 진술을 강요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제기한 '검사 술 접대 의혹'은 기존 검찰 비위 사건과 결이 완전히 다르다. 이번 술 접대 의혹은 정부가 예고한 '검찰 개혁'과 맞닿아 있다. 폭로 때마다 파문이 커지는 김 전 회장이 비위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 정부의 검찰 개혁 명분에 힘이 실어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 전 회장의 검찰 비의 폭로 이후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을 대상으로 감찰과 수사지휘 등 압박성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술 접대 규명 안되면 여권수사 급물살 가능성

그러나 술 접대 의혹을 둘러싼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검찰 비위 의혹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사안이 커지다가 축소돼 결국 용두사미 식으로 해당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다시 여권 실세 로비 의혹으로 타깃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라임 사태가 원점으로 돌아가 여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김갑수 전 부대변인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상호 전 지역위원장·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기동민 의원 등이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국면 전환이 이뤄지고 검찰 수사 흐름이 바뀌는 모양새가 계속되면 라임 사태 관련 의혹이 꼬리 자르기나 용두사미식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며 "검찰이든 정치권이든 김 전 회장에 좌지우지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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