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에 회식은 좀…" 송년회가 두려운 직장인들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2 10:27

수정 2020.11.22 10:27

술잔 오가는 '회식공포증'…"직장 눈치에 안 갈 수도 없고"
직장인 5명 중 1명 "회식 자리 여전"
전례 없던 '비대면 송년회' 대안으로 제시돼
서울 종로구 일대의 한 주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종로구 일대의 한 주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 시국에 회식은 좀…"
회사원 신모씨(30)는 최근 회식 일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늘었음에도 연말이 다가오자 회식 자리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10여 명이 넘게 모이는 회식자리에선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술잔이 오가고 자리가 뒤섞인다. 신씨는 "다른 직원들도 불만이 많은데 상사 눈치가 보여서 안 간다고 말을 못 한다"며 "회식하다가 코로나가 걸려도 내 책임이 되지 않냐"고 푸념했다.


■"확진자 300명 넘었는데…회식이 두렵다"
22일 직장인과 업계 등에 따르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회식자리로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반적인 회식 빈도는 줄었지만 일부 회사들은 여전히 회식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사회적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면서 "회식이나 음주는 일체 자제해 주고 이 기간만큼은 대면회의도 피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잡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회식 현황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직장인 중 22.2%가 '재직 중인 회사에서 최근 회식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인 5명 중 1명은 회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 주로 어떤 회식을 하고 있는지 묻자 71.2%가 '술자리 회식'이라고 응답했다. 회식 참석 여부 조사에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가 45.2%인 한편, '참석여부를 선택할 순 있지만 눈치가 보인다'도 41.1%로 나타났다.

최근 한 가구업체 익명 게시판에는 회식과 관련한 불만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확진자가 300명이 넘었는데도 송년회 강행이라니. 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제발 하지 말아달라" "회사가 모범을 보여야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회식은 너무 하지 않나"라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원래 1박2일 워크숍이 예정되어있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회식으로 변경됐다"며 "20여명이 참석하는데 너무 불안하다. 사원들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회사 측은 무시하고, 상사들은 회식을 강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탄력근무제에 동참한다고 했으나 재택을 하고 있는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GF 그룹은 최근 온라인을 활용한 랜섬 모임을 기획했다. /사진=뉴스1
BGF 그룹은 최근 온라인을 활용한 랜섬 모임을 기획했다. /사진=뉴스1

■'비대면 송년회'…술자리 대신 선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300명대를 넘고 있으나 서울 여의도·광화문 등 오피스 상권에선 회식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넥타이족이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서울 중구에서 20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모씨(66)는 "회식 자리가 줄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아예 없어질 순 없지 않냐"며 "지난 금요일에도 12명 예약한 팀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주변 음식점들이 줄줄이 문 닫는 것을 보면 손님이라도 받아야 살겠지 싶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줌'이나 '구글미트' 등 화상회의 도구는 활용하는 '비대면 송년회'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송년회를 진행할 예산으로 간소한 선물을 준비하고, 각자 모니터 앞으로 준비한 음식 등은 회사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한 행사대행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 0%였던 비대면 송년회 문의가 최근에는 약 10% 정도까지 올라왔다"며 "확진자가 증가하고 현장 송년회가 취소되면서 비대면 수요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퀴즈대회나 공연관람 등 이벤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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