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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벼락거지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3 18:00

수정 2020.11.23 18:00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LH주거복지사업 현장을 방문해 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LH주거복지사업 현장을 방문해 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급기야 '벼락거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벼락부자는 뜻하지 않게 갑자기 재산이 많아진 사람이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개발돼 많은 보상금을 받거나 복권이 당첨돼 큰돈을 번 경우도 해당된다. 벼락거지는 집값 폭등이 낳은 비극적인 현실을 반영한다.
집값 잡겠다는 현 정부 말만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루다 매매·전셋값이 다 올라 이도 저도 못하게 된 무주택자를 말한다.

정부는 그동안 24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은 꿈쩍도 안 한다. 오히려 매매·전세·월세 모두 천장을 뚫을 기세다. 특히 전월세 시장은 지난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국회 통과 이후 엉망이 됐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임대주택 11만여채 공급을 주내용으로 하는 24번째 대책을 내놨다. 전월세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임대차법을 손질하기는커녕 또다시 엉뚱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잦은 실언도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은 지난 20일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시민들은 진 의원이 내집 마련을 위한 서민의 꿈을 환상으로 치부했다고 비판했다. 서민 대부분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거환경이 좋고, 교통이 편하고, 교육여건이 낫기 때문이다. 연립주택이 아파트처럼 주거·교통·교육 여건이 좋다면 이를 마다할 리 없다. 지난 2018년 9월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 대사)는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진 의원이나 장 전 실장이나 현실감각이 무디기는 오십보 백보다.

얼마 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국회에서 "호텔을 개조한 전월세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했다.
호텔은 상업시설이다. 당연히 주변에 유흥업소나 숙박시설이 밀집할 수밖에 없다.
환상을 버려야 할 사람은 아파트 한 채를 꿈꾸는 서민이 아니다. 설익은 정책으로 부동산이 안정될 것이라고 믿는 정부야말로 환상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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