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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유리천장을 부수자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4 18:00

수정 2020.11.24 17:59

[서초포럼] 유리천장을 부수자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7월 변호사 직역에서 양성평등의 가치와 문화를 지원하고 촉진하고자 양성평등센터를 개설했다. 센터에서는 국내 20대 법무법인을 대상으로 여성 변호사의 지위와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1월 11일 '로펌 운영과 양성평등'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1954년 고 이태영 변호사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등록했다. 이후 20년 만에 강기원, 황산성 두 분의 여성 변호사가 배출됐고, 오랜 세월 한자리 숫자에서 머물렀다. 30년 전인 1990년에는 전체 변호사 3362명 중 0.57%인 19명에 불과했던 여성 변호사가 이제는 11월 11일 기준 대한변협에 등록된 전체 회원 3만1560명 중 8784명으로 전체의 27.83%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의 변호사 진출은 더욱 활발해져서 지난해 신규 등록자 중 41.1%에 이를 정도다.
예비 법조인인 로스쿨생도 약 45%가 여성이라고 한다. 지금은 법정에서 변호사, 판사, 검사가 모두 여성인 경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전체 여성 법조인 수가 대폭 증가했다. 그만큼 과거와 달리 동료나 선후배 여성 변호사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 들을 기회도 많아졌다.

그러나 여성 변호사에 대한 법조계의 차별과 배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로펌의 육아휴직 제도는 아직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고, 대표변호사를 비롯한 경영진 진출에도 높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여성 파트너 변호사들은 조직 내에서 상징적 차원의 지위로만 인정될 뿐 여성 인재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여성 변호사에 대한 부조리한 차별과 배제를 묵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성 변호사의 활동범위를 제약하는 법조계의 유리천장을 깨트리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변호사에 대한 기존 관행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환기하고, 구체적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계속 마련돼야 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로펌 내 여성 변호사의 지위와 현황에 대해 가장 최신 내용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통해 여성 변호사들이 당당하게 일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근로환경이 더 구체적으로 논의돼 많은 여성 변호사들에게 용기와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한변협 대회의실에는 역대 협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필자는 제50대 협회장이다. 헌법상 양성평등을 명문으로 보장하는 나라에서 이처럼 오랜 세월 단 한 명의 여성 대한변협회장이 없었다니 뜻밖이다. 현재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에 여성이 각 세 명이 있고, 법무부 장관이 여성이다. 2017년 대법원 법원행정처장 김소영, 같은 해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2012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박영선, 2002년 법무부 장관 강금실처럼 다른 모든 법조영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성 수장이 배출됐다.


평등과 정의를 외치면서 법원, 검찰보다 더 진보적인 사회활동에 앞장서 온 대한변협이 아직도 남성 대표로만 오랫동안 운영되는 것이 시대 흐름에 맞는지 한번 돌아볼 시점이 된 것 같다. 대한변협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성평등의 가치가 우리 사회에 올바르게 구현되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하늘을 날 듯이 변호사의 한 축인 여성 변호사들의 지위 향상과 권익보호가 나날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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