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한 발 다가선' 中日...바이든 정권 출범 전에 움직이자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4 20:38

수정 2020.11.24 23:52

중일 외교장관회담...1시간 반 회담에 이어 업무 만찬 
中왕이 "중일은 장기적 협력 파트너"
日모테기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공헌할 필요"
스가 총리 "中과의 안정적 관계 매우 중요"
왕이, 25일 스가 총리 면담 후 韓으로 이동 
24일 일본 도쿄에서 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날 일본을 찾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악수대신 팔꿈치를 맞대고 있다. 로이터 뉴스1
24일 일본 도쿄에서 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날 일본을 찾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악수대신 팔꿈치를 맞대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도쿄·베이징=조은효 정지우 특파원】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두 달여 남겨놓고 한국과 중국, 일본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의 차기 정권이 본격 활동을 개시하기 전에 미리 우호관계를 다져놓겠다는 중국과 일본, 한한령 해제 등을 염두에 둔 한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형국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1박 2일 일정으로 도쿄를 찾아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회담을 실시했다.

■미중 갈등 속 중일간 협력 틈바구니 모색
중·일 양자 회담은 '긴장과 협력 관계'를 재정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담은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진행됐다. 양측은 회담에 이어 업무 만찬을 겸해 다시 한 번 대화를 진행했다.

회담 모두에서 모테기 외무상은 "일·중 양국의 안정된 관계는 지역, 국제 사회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 기후 변화, 무역 투자 등 국제 사회가 직면한 중요 과제에 대처 공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서로의 관심 사항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양국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중·일 양국은 장기적인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고 화답했다.

일본 측은 회담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중·일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등에 대한 중국의 해양진출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

24일 도쿄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회담. 로이터 뉴스1
24일 도쿄에서 열린 중일 외교장관회담. 로이터 뉴스1

모테기 외무상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중·일)사이에는 다양한 현안이 있다"며 "수준높은 회담을 통해 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과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밀도있는 회담을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안보 문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되,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日, 中에 대화 손짓...中도 적극 화답
일본 정부는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대중국 포위망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수준을 낮췄다. 스가 정부 들어서는 아예 '구상'마저 지워버린 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만 사용하고 있다. 중국에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달 소신 표명 연설에서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주장해야 할 점은 확실히 주장하면서 공통의 과제에 대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바이든 정권 출범을 앞두고 중·일이 협력의 틈바구니를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을 통해 양측은 단기, 장기 비즈니스 목적 방문에 대한 왕래재개에 합의했다.

24일 도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뉴스1
24일 도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중국 역시 미국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본과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NHK는 왕이 부장의 방일에 대해 "중국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왕이 부장은 25일 스가 총리와 면담한 뒤 한국으로 이동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회담을 한다.
미·중 갈등 고조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의 방한 문제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한·중 양국은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고위급 방한에 대해 논의하고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면서 "양자회담에서도 그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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