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다자주의 회복과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하며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6 18:03

수정 2020.11.26 19:29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다자주의 회복과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다자주의 복귀, 동맹 강화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면서 다자주의자이며 동맹 중시자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바로 그날 중요한 다자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의장국의 리더십 결여와 함께 G20 정상회의 중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선언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 몽니도 최악의 G20 정상회의에 일조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G20 정상들의 리더십에 큰 상처다. 부대행사로 열린 '팬데믹 준비와 대응 컨퍼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여덟명의 정상급 인사 모두가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45억달러의 기금이 필요한 코로나19 대응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구체적인 기여(5억9300만달러)를 약속한 정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뿐이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상대적으로 잘했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도 약속하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혹자는 G20의 무용론을 내세운다. 대표성, 정당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G7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유엔으로? G7과 유엔의 비효율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호불호를 떠나서 지금의 세계 현실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경제나 코로나19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전 세계 현안 대응에는 G7보다 G20이 더 효율적이라는 대통령의 평가가 있었다는 며칠 전 청와대발 보도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야 인식했다는 말인가. 이것을 홍보거리로 판단한 참모진의 능력에 대해서는 논할 가치도 없다. 최소한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슬픈 코미디는 없었을 것이다.("G7 확대? 韓, G20 활성화에 주력해야" 본지 2020년 7월 31일자)

우리 같은 중견국은 양자 무대보다는 다자 무대에서 실익도 챙기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망선고로 힘을 잃은 다자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만의 힘으로는 안된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국제사회에 대한 지적, 물적 기여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이 거론된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의제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WTO, WHO 개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만으로는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을 수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신행정부 취임 직후 G20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세계경제 협력과 코로나19 위기 글로벌 대응을 논의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실제 이행된다면 미국의 다자무대 복귀 선언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 발휘를 약속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 시대의 일방주의에 작별을 고하고 돌아올 다자주의를 맞이할 준비를 할 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초 G20 특별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의제와 기여를 보여줄 것인지 지금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협의하고 고민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실력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한다.
'국뽕'에 절인 미사여구가 아닌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에 귀기울여야 한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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