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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예비타당성 조사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9 18:00

수정 2020.11.29 18:11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뉴스1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뉴스1
1999년 3월 30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날 예산회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은 총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으면 먼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때 예타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 탓에 김대중정부는 예산에 쪼들렸다. 정부는 건전재정을 위해 예타 카드를 꺼냈다. 이 제도는 한국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예산회계법이 폐지되고 그 대신 국가재정법이 시행됐다. 예타 관련 규정은 새 법에 담겼다. 현행 법상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38조 ①항). 그런데 바로 뒤 ②항이 얄궂다. ②항은 예타 면제항목을 죽 나열한다. 그중엔 지역 균형발전,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예타 규율이 느슨해졌다. 특히 예타를 건너뛴 4대강 사업이 물을 흐렸다. 2015년 6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예타를 생략해 혈세 22조원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느 정권이든 예타를 거추장스러운 방해물로 여긴다. 문재인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올 7월까지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비가 88조원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합친 것보다 4조원이 많다. 이 마당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136명은 지난주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예타 등 사전절차의 면제·단축이 핵심이다.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을 수는 있다. 그럴수록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예타 전문기관의 검증망을 거치는 게 좋다. 한발 양보해서 예타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균형 가중치를 좀 더 높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예 예타를 생략하면 두고두고 말썽이 될 소지가 크다. 가덕도 특별법을 두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매표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나마 예타라도 둬야 이런 비판을 반박할 명분이 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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