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예산회계법이 폐지되고 그 대신 국가재정법이 시행됐다. 예타 관련 규정은 새 법에 담겼다. 현행 법상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38조 ①항). 그런데 바로 뒤 ②항이 얄궂다. ②항은 예타 면제항목을 죽 나열한다. 그중엔 지역 균형발전,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예타 규율이 느슨해졌다. 특히 예타를 건너뛴 4대강 사업이 물을 흐렸다. 2015년 6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예타를 생략해 혈세 22조원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권을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느 정권이든 예타를 거추장스러운 방해물로 여긴다. 문재인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올 7월까지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비가 88조원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합친 것보다 4조원이 많다. 이 마당에 더불어민주당 의원 136명은 지난주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예타 등 사전절차의 면제·단축이 핵심이다.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을 수는 있다. 그럴수록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예타 전문기관의 검증망을 거치는 게 좋다. 한발 양보해서 예타 평가항목 가운데 지역균형 가중치를 좀 더 높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예 예타를 생략하면 두고두고 말썽이 될 소지가 크다. 가덕도 특별법을 두고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매표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나마 예타라도 둬야 이런 비판을 반박할 명분이 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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