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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수출길 막은 선박대란, 정부가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29 18:00

수정 2020.11.29 18:11

기업 배 없어 발만 동동
한진해운 파산 부작용
부산항만공사(BPA)는 국내 최대 원양선사이자 선복량 기준 세계 9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사의 '알헤시라스호'(2만3964TEU급)가 부산항에 처음 입항했다고 29일 밝혔다. /뉴시스
부산항만공사(BPA)는 국내 최대 원양선사이자 선복량 기준 세계 9위 컨테이너 선사인 HMM사의 '알헤시라스호'(2만3964TEU급)가 부산항에 처음 입항했다고 29일 밝혔다. /뉴시스
국내 수출기업이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길이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업체들이 만든 물건을 해외로 실어 나를 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수출은 하늘길 항공과 바닷길 해운을 이용하거나 철도로 나르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중 단위수송비(1t 화물을 1㎞ 수송하는 데 드는 비용)는 해운수송이 33원으로 가장 싸다.
철도는 75원, 항공 214원, 도로 695원 등이다. 한 국내 농기계 생산업체가 만든 소형 트랙터 수백대가 높은 운임에다 배를 구하지 못해 공장 앞마당에 가득 차 있는 등 선박 물류대란에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물류비용이 비싸졌다. 최근 해상 운송항로의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48로 사상 최고치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체 물동량이 준 데다 이마저 중국과 미국 물동량이 거의 배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상품을 실은 배가 부산항에 들러 한국기업 제품을 싣고 미국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중국 화물만으로도 배가 가득 차 굳이 부산을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기업 수출품을 실어 나를 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국제 해운업 경쟁력 지표인 선복량(배에 싣는 화물 총량)과 점유율도 곤두박칠쳤다. 한국 해운업계 선복량은 올 10월 기준 78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로 한진해운 파산 전인 2016년(105만TEU)의 74%대에 그쳤다. 아시아·미주 노선 점유율도 올 6월 7% 수준에 불과하다. 2016년엔 12%를 넘었다. 최근 코로나 불황 속에 수출이 겨우 살아나고 있는데 바닷길까지 막혀 걱정이다. 한때 글로벌 강자였던 한국 해운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개탄스럽다.

이번 선박대란은 한국을 대표했던 한진해운 파산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세계 7위 해운사답게 글로벌 유통망과 높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금융 잣대만 들이대 부실 딱지를 붙였다. 수십년간 쌓아올린 글로벌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지나친 금융논리가 국가기간 산업의 미래를 닫아버렸다.

앞으로 제2 한진해운 등 간판급 국적선사를 키우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항공분야의 발전적 재편을 위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정책당국 의지가 그때도 발휘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수출이 늦어지면 기업엔 치명적이다.
운송수단 다변화, 물류비 지원, 해운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지원책 마련에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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