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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바이든 정부의 산업정책과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18:00

수정 2020.11.30 18:00

[fn광장] 바이든 정부의 산업정책과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11월 초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 약 한 달이 지났으나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의 불복으로 인해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거 승리자는 조 바이든 후보인데도 아직 국내외 여러 매체는 바이든이 가져올 미래보다 트럼프가 끼친 유산에 더 큰 관심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재선에 실패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의 연이은 선거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득표를 한 사실은 소위 트럼프주의(Trumpism)로 불리는 노골적인 자국 우선의 국가주의와 의도적 양극화에 기반한 통치술이 앞으로 한동안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단 선거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대선 결과 불복에도 불구하고 12월 14일 미국 전국 선거인단 투표, 내년 1월 6일 상하원 정식 개표 및 당선인 최종 공표,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등 일련의 일정은 확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양국 간 직접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제3국을 통한 간접적 이해관계에서도 많은 접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앞으로 발표될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 인사, 구체적 정책 내용, 의회 구성 등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제시된 산업통상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일자리를 최우선시하면서 안으로 산업경쟁력을 재건하고, 밖으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정책 기조로 삼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7000억달러, 정부조달을 통한 미국산 구매 촉진에 4000억달러, 혁신기술 연구개발에 3000억달러, 청정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달러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가 자국 내 전략제품과 첨단산업 개발·생산 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이면에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을 미국 위주로 재편해 기술, 산업, 안보상의 국가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트럼프 이전부터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공격적 산업정책과 대외확장 전략을 펴왔고, 트럼프 임기 동안에는 미국과의 분쟁에 맞대응해왔다. 최근 11월 초에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자 중국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최종 타결지었으며 중국식 국가 경제개발계획인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을 통해 내수 확대, 기술개발, 적극적 산업정책 추진을 천명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기술, 산업, 통상 등 중첩되는 분야에서 가치사슬과 산업정책을 통한 대결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세계 각국의 정책대응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가치사슬이 성숙한 글로벌 경제에서 국가 간, 산업 간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산업정책은 유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중 양국과 가치사슬을 통해 긴밀히 연계돼 있으면서 동시에 5G, 데이터,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신기술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업 간, 정책 간 경쟁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한편으로 가치사슬상에서 협력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심분야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향후 미국 새 정부의 정책과 중국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기업과 산업의 대응전략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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