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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中 김치 공정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18:00

수정 2020.11.30 18:00

‘2020 제2회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가 열린 지난 25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학생회관에서 재학생들이 지역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뉴시스
‘2020 제2회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가 열린 지난 25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학생회관에서 재학생들이 지역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뉴시스
"쓸쓸한 향내가 풍기는 이 산사의 마당에서 나는 선숙이 한 소쿠리 뜯어온 처녀치마를 가지고 소꿉을 살았다. 흰꽃은 오목한 돌멩이에 소담스레 담아 밥을 삼고 꽃은 쿵쿵 찧어 양념을 만들어 바람든 처녀치마 폭처럼 넓은 잎사귀에 발라 김치를 담갔다." 작가 권여선의 소설집 '처녀치마'에 나오는 대목이다. 처녀치마는 잎이 땅바닥에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 있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녀치마로 만든 김치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야생의 온갖 식물들도 식용만 된다면 김치 재료가 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공자가 절임채소를 먹었다는 기록은 '여씨춘추'에 나온다. "주나라 문왕이 창포저를 매우 좋아했다. 그 말을 들은 공자는 얼굴을 찌푸려가며 창포저를 먹었는데 3년이 지난 후에야 익숙해졌다." 창포저는 창포라는 식물을 절인 음식이다. 하지만 중국의 절임 채소와 한반도 김치는 길이 달랐다. 중국인들은 강한 신맛을 내는 초산 발효법을 좋아했고, 우리는 전통적으로 젖산발효를 선호했다.

김치 공정에 획기적인 전환은 역시 고추의 등장이다. 고추가 김치 재료로 쓰인 것은 조선 후기 소금값 폭등과도 관련 있다. 당시 대용품으로 찾은 게 고춧가루, 젓갈류였다. 중국의 염장채소 파오차이와 우리 김치의 제조과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파오차이는 양념에 버무리는 단계 없이 바로 발효하거나 고온 살균과정을 거친다. 거의 유산균이 없다. 김치는 고춧가루, 마늘, 생강 등 다섯가지 이상의 양념에 버무려져 저온에서 발효 숙성된다. 이 방식은 세계 유일하다.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인정받았다.


최근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이라고 우겼던 중국이 이제 느닷없이 김치 공정까지 시도하고 있다.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11월 28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파오차이에 대한 산업표준을 만든 것을 두고 이것이 김치 표준이라며 한국 종주국의 굴욕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억지가 한두 번이 아니긴 한데, 당할 때마다 그 뻔뻔함이 놀랍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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