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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90% 가능" "40% 준비 안돼"… 52시간제 누구 말이 맞나 [주 52시간 근로 강행]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30 18:14

수정 2020.11.30 18:14

정부 "50∼299인기업 전수조사"
중기중앙회는 제조업 위주 설문
같은 질문에 결과는 달라 논란
업계 "현실 반영 미흡" 우려
李장관, 탄력근로제 처리 호소
"中企 90% 가능" "40% 준비 안돼"… 52시간제 누구 말이 맞나 [주 52시간 근로 강행]
주52시간제 도입을 둘러싸고 중소기업 업계와 정부가 상반된 입장을 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준비가 안됐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10곳 중 9곳이 내년 준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양측 간 시각차가 크게 벌어진 가운데 정부가 내년 1월부터 50~299인 중소기업에 주52시간제 도입을 강행키로 하면서 중소기업들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같은 질문 다른 응답…진실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월 30일 주52시간제 현장 안착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며 "50~299인 기업 대상 전수조사 결과 91.1%가 내년에 (주52시간제) 준수 가능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름 전인 11월 1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주52시간제 도입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39%가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52시간제 도입을 놓고 중소기업에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온 것이다.
취재 결과 이는 설문 표본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50~299인 기업 총 2만4000여개를 대상으로 전문조사업체를 활용해 전수조사를 했다. 약 61%인 1만4700개 기업이 응답했고 이 중 91%인 1만3400여개 기업이 "주52시간제 도입이 내년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8.9%(1300개)는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중기중앙회의 경우 50~299인 500개 대상 기업으로 설문을 진행했고 이 중 70%인 350개 기업이 제조업에 속했다. 제조업은 타 업종과 비교해 주52시간제 도입 직격탄을 맞는 분야다. 이 중 61%가 주52시간제 도입을 완료하거나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9%를 준비하지 못한 걸로 봤다. 다만, 이 39% 중에도 13%는 연말까지 완료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18.4%는 "연내 완료가 어렵다"고 응답했고 7.6%는 "도입 여건이 안된다"고 답했다. 결국 중기중앙회 설문에 대한 응답기업 중 26%가 연말까지 준비가 어렵다고 답한 셈이다.

■중기 "노동현실 반영 미흡" 한숨

중기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계도기간 없이 내년부터 주52시간제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라 추가 인력 고용, 이로 인한 중소기업의 부담 증가 등 본질적인 노동시장의 비용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갑자기 새 인력을 충원하기도 어렵고, 충원하더라도 숙련도가 떨어져 현장투입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의현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금형, 주조 철강 등 업종은 시간을 줘도 주52시간 준비가 불가능해 업종별로 차이를 둬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후속 입법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인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일단 정부와 중소기업 업계는 주52시간제의 보완 성격인 '탄력근로제'를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것에는 입장이 동일하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법안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업계는 탄력근로제 개선과 함께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선택근로제' 기간도 현재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력근로제는 주52시간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성수기, 비수기에 단위기간(현행 3개월) 안에서만 총근무시간을 준수하면 되는 제도다. 선택근로제는 단위기간(현행 1개월) 안에 1주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면 노동자가 출퇴근시간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제조업 등은 탄력근로제 도입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다만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업무 등은 특정 기간에 개인이 집중적으로 일하는 만큼 선택근무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등 보완 입법이 미뤄질 것에 대비해 주52시간제 도입을 1년 더 미뤄줄 것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사실상 52시간제 내년 시행을 확정하면서 이는 어려워졌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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