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베 지역구 주민들도 "벚꽃 스캔들 직접 설명하라"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1 18:08

수정 2020.12.01 18:08

'모른다'식 침묵에 여론 들끓어
의원 사퇴·국회 출석 목소리도
아베 신조 전 총리. AP뉴시스
아베 신조 전 총리.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전 총리 자신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

일명 '벚꽃 스캔들'을 둘러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긴 침묵'에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일본 언론은 물론이고, 자민당, 심지어 아베 전 총리 지역구까지 나서서 '아베 나오라'고 압박을 가는 형국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미 최근 수년간 아베 전 총리 측이 일본 정부 세금이 들어가는 국가적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지역구 주민들을 대거 초청해 놓고, 도쿄의 최고급 호텔인 뉴오타니에서 전야제를 열어 식사비용 등 40%를 보전해 준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일 경우, 일본법상 정치자금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그러자 지난해 말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온 아베 전 총리를 향해 "1년 넘게 거짓말을 해온 것이냐" "본인이 나와서 직접 설명하라"는 공세가 심상치 않다.


아베 전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다름아닌 '친정'인 자민당과 자신의 지역구다. 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자민당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은 최근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설명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아베 전 총리만 믿다가 보기좋게 총리 자리에서 밀린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까지 "제대로 설명하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아베 전 총리) 본인의 설명 책임이 있다"고 표명했다.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소속 지방 의원들도 아베 전 총리 사무실에 "당초 얘기와 왜 다르냐" "'비서가 한 일이다'는 식으로 하면 끝나는 것이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아예 의원직 사퇴를 권고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극우 논객이자 아베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 달 29일 후지TV에 출연해 아베 전 총리의 의원직 사퇴를 권고하는 발언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9월 총리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의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국회 출석 압박도 자연히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야당의 아베 전 총리 출석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전날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국회 운영은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결국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마냥 아베 전 총리 비호에 나섰다가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적정 수준에서 선긋기를 시도한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일단 '나는 모른다'식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전날 자민당 청년국 주최 회의에 참석한 아베 전 총리가 벚꽃 스캔들과 관련해서는 함구한 채 행사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재임 당시 수하 장관들의 '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치인 개개인이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아베 전 총리가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의 '벚꽃을 보는 모임'은 일본 정부가 매년 봄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도쿄에서 개최하는 벚꽃놀이 행사다.

아베 전 총리는 재임 당시 매년 지역구(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나가토시) 지지자 등 수백명을 초청해 전야제를 열어왔는데,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회비가 5000엔(약 5만 3000원)이었다.


고급호텔 행사 경비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수준이어서 나머지 차액을 아베 측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계속됐다.

아베 전 총리는 행사비용 보조는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도쿄지금 특수부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번의 행사 가운데 법적으로 시효에 걸리는 2015년부터 5번의 행사에서 아베 측이 부담한 돈의 합계가 약 916만엔(약 9710만원) 이상으로, 전체 행사비의 40%를 차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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