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CEO 유임, 사업부장 교체 ‘안정 속 쇄신’…반도체는 50대 발탁 [삼성 사장단 인사]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2 18:16

수정 2020.12.02 18:16

이재용 부회장 ‘실용주의 인사’
메모리·파운드리 전문가 전진배치
반도체 기술력 강화로 초격차 유지
생활가전 호실적에 승진으로 보상
디스플레이 대표가 사업부장 겸임
CEO 유임, 사업부장 교체 ‘안정 속 쇄신’…반도체는 50대 발탁 [삼성 사장단 인사]
삼성전자가 2일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2명 등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임직원들이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가 2일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2명 등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임직원들이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사옥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2일 단행된 삼성전자의 사장단 인사 기조는 '안정 속 쇄신'으로 요약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한 내년을 대비해 삼성전자는 3개 주요 사업부문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유임시켜 조직의 안정성을 도모했다.

다만 부사장 이하 차세대 사장들을 발탁해 사업부장 자리를 과감히 교체,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어수선한 시기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기업 이익을 생각한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인사로 풀이된다.


■차세대 반도체 전문가, 전진 배치

당초 재계에선 삼성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 때문에 올해 인사를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삼성은 그대로 12월 첫째주에 인사를 발표하면서 경영활동에 머뭇거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사장단 인사에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 사장 등 CEO 3인이 유임됐다. 삼성전자 측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혁신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과감한 쇄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 수장을 바꾼 것은 미래를 대비한 인사로 분석된다. 50대 젊은 사장단을 본격 전진 배치해 DS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올해 삼성의 메모리사업은 실적과는 별개로 녹록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업황부진에다 화웨이 규제 등 악재가 겹쳐서다. 내년에도 대내외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사업은 올해 꾸준히 성장했지만 아직 대만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크다. 또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발표하는 등 경쟁사들이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1967년생인 이정배 신임 메모리사업부장은 30년 가까이 D램에만 몰두한 전문가다. 이번에 사업부장을 맡게 되면서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메모리 초격차 전략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1964년생인 최시영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TSMC를 추격하는 것과 파운드리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발판 마련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반도체 기술 연구부문도 강화했다. DS부문에 사장 자리를 하나 늘려 전임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사장을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선임했다. 정 사장은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반도체공정 전문가다. 조만간 있을 조직개편에서 CTO 조직이 신설되면 반도체 미래 기술로드맵 연구 등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 성과 인정…최초의 사장 탄생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가전사업의 혁신과 성장에 대한 성과보상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 창립 이래 생활가전 출신 최초의 사장 승진자다. 이 사장은 생활가전 역사를 일궈낸 산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냉장고개발그룹장, 생활가전개발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올 1월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부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점도 이번 승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이날 삼성디스플레이는 최주선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하고, 김성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3년 임기를 채운 이동훈 사장의 뒤를 잇는 신임 최주선 대표이사 사장은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겸한다. 대표이사가 사업부장을 겸직한 건 2012년 김기남 당시 대표이사 사장 겸 OLED사업부장 이후로 두번째다.

내년 삼성디스플레이는 기존 LCD에서 퀀텀닷(QD)으로 전환하는 모멘텀을 맞이하는데, 대표이사가 대형사업부까지 총괄하며 대형 디스플레이 투자에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QD디스플레이에 투자하고, 내년 하반기엔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올 1월부터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QD 디스플레이 개발을 이끌어 왔다. 신임 김성철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경희대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OLED개발실장, 디스플레이연구소장,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역임하며 OLED사업을 성장시킨 OLED 개발 전문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김 사장의 기술리더십을 바탕으로 차세대 R&D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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