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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서애 선생의 융합적 통찰과 창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2 18:00

수정 2020.12.02 18:16

[fn광장] 서애 선생의 융합적 통찰과 창의
3일은 수능시험날이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창의·융합인데, 아직도 감금 출제를 하고 전국의 수험생을 일렬종대로 세우는 현재 방식의 수능시험이 유효한지 고민해봐야 한다.

창의적 결과는 융합적 사고에서 나온다. 융합적 사고를 하려면 메타인지를 키워야 한다. 400여년 전 이미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인지의 선구자가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창의적 교육의 선구자요, 상상력 공부의 창시자인 서애 류성룡 선생이다.


영의정 겸 도체찰사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을 극복하고 징비록을 집필했던 그는 왜란이 발발하기 1년2개월 전에 이순신 장군을 정읍현감에서 7계급 특진시켜 전라좌수사로, 권율 장군을 호조정랑에서 의주목사로 발탁했다. 이순신 장군을 육군에서 해군으로, 권율 장군을 문신에서 무신으로 변신시킨 창의·융합 인사이다.

이런 파격인사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시 주자학 대세 시대에 주자학을 비판하는 양명학과 군사 병법 등에 두루 통달할 수 있었던 '경계 허물기 독서'와 '생각을 생각하는 학이사위주(學以思爲主)의 독특한 공부법'이 그의 창의·융합 역량의 원천이 됐기 때문이다. 학이사위주 공부법은 내용을 암기해 시험을 준비하는 방법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메타인지를 키우는 창의·융합 학습법이다. 그는 경전을 읽을 적에 주해를 보지 않고 원전을 먼저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메타인지를 키웠다. 주해를 미리 읽으면 주해에 함몰돼 자기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융합지식인은 세상을 바꾼다. 서애 선생은 문신이면서도 병법에 능통한 융합지식인이었기 때문에 전시 최고사령관인 도체찰사로서 최전선의 장수를 지휘할 수 있었다. 주자학이 주류였던 당시 정부에서 금서로 취급한 실용주의적인 양명학을 읽고, 창의적인 사회통합정책을 수립해 국민과 국가를 살렸다. 약탈로 군량미를 확보하는 폐단을 없애고, 공명첩으로 군량미를 조달해 민심을 얻었다. 대동수미법을 실시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사회통합역량을 보여줬다. 훈련도감을 설치하고 전공에 따라 노비 신분을 면해준 면천법도 전란 극복과정에서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은 사회통합정책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과 윤집궐중(允執厥中)을 실천했던 서애 선생이 어느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고 국정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경계 넘나들기 독서를 통해 균형감각을 갖췄기 때문이다.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독서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같은 책이라도 책을 읽는 때와 시대적 환경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애 선생처럼 학습한 내용을 학이사위주로 복습한다면 학습 내용이 체화되고, 실천으로 전이돼 실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국민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치가와 행정가는 물론 기업가도 교육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말과 글이나 행동을 보고 타인들이 본받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치가의 말, 행정가의 글, 기업가의 행동도 교육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애 선생은 솔선수범의 행정처리 그 자체로 관리들을 교육하는 효과를 냈고, 글을 지어 교육자들을 효유했다.


생각을 해야 사고력이 생기고, 생각을 생각해야 메타인지가 발달해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이 생긴다. 각급 학교에서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생각을 생각하는 학이사위주' 창의·융합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된다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권대봉 인천재능대 총장,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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