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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정국이 책' 판권 좀…"한·일 20대 감성이 같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글로벌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6 17:49

수정 2020.12.06 18:33

'K-BOOK' 열풍 이끄는
김승복 쿠온 출판사 대표
21만부 이상 팔린 '82년생 김지영'
박민규·김연수 등 일본어판 줄줄이
'K북 페스티벌' 작가 한강 이벤트
1만2300명이 온라인으로 시청
일본에서 한국책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쿠온 출판사 김승복 대표.
일본에서 한국책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쿠온 출판사 김승복 대표.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BTS멤버 누가 봤다고 하는데, 빨리 그 책 판권 좀 알아봐주세요."

지난 2일 일본 현지에서 '한국책(K북) 열풍'을 이끌고 있는 김승복 쿠온(CUON) 출판사 대표(사진)에게 다급한 듯한 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상대는 일본의 한 대형출판사다. "현재 일본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K팝'과 'K북'이 숨가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BTS멤버 정국이 읽었다는 김수현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이미 지난달 일본에서 45만부를 돌파, 한·일 양국 출판업계를 흥분시켰다. 이달 일본에서 출간될 김 작가의 후속 작품 일어 판권은 지난 9월 한국 책으로서는 역대 최고가격에 팔렸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도 21만부 이상 나갔다. 김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20대들의 감성이 같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치열한 경쟁 이면의 '아픈 감성'이 일본의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 진보초 한국책 전문 서점인 책거리에 한국책 일본어판이 전시돼 있다. 이들 책들은 대부분 도쿄의 주요 서점가에도 진열돼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도쿄 진보초 한국책 전문 서점인 책거리에 한국책 일본어판이 전시돼 있다. 이들 책들은 대부분 도쿄의 주요 서점가에도 진열돼 있다. 사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독자들은 최근 정통 한국소설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이미 "한강의 다음 작품은 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일본 독자들의 한국책에 대한 관심과 폭이 한층 넓어지고 단단해졌다는 의미다. 단지 K팝 열풍으로 인한 '반짝 인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마치 과거 1990년대 한국 독자들을 열광시킨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들이 한국어판으로 계속 후속 작품들을 내놓은 것처럼 소설가 한강과 박민규는 일본에서 6번째 작품이 나왔고, 김연수 작가는 4개가 나왔고 앞으로 더 3개 작품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실행위원장을 맡아 지난달 28~29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K북 페스티벌'은 일본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방증하기에 충분했다. 소설가 한강과 관련한 유료 온라인 이벤트에 500명 이상이 돈을 내고 시청했으며, 무료 프로그램의 경우 1만2300명 이상이 시청했다. 김 대표는 "한국 출판업계에 일본어권 시장이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엔 인문학, 철학서 관련 분야로도 일본에서 한국 책의 확장성을 시험해 볼 생각이다.

지난달 28~29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 K-북 페스티벌.
지난달 28~29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 K-북 페스티벌.

김 대표는 일본에 한국 문학을 알리겠다는 결심에 지난 2007년 도쿄에 쿠온 출판사를 설립하고, 채식주의자(한강), 토지(박경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은희경),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등의 일본어판을 출판했다. 한국 작가들에게는 철옹성 같은 일본 출판시장을 본격 열어젖힌 인물이기도 하다.
2015년부터는 일본 출판의 중심지인 도쿄 진보초에 서점이자 북카페인 '책거리'도 함께 운영하며 한국 책을 알리는 '사랑방 주인' 역할도 겸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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