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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이번엔 보수 저격 "달라지려면 입에서 '좌빨' 단어 빼야"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8 14:57

수정 2020.12.08 16:12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사진=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시대정신을 놓친 보수, 잃어버린 보수의 품격을 되찾으려면 일단 입에서 '좌빨' 단어를 빼고 말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사회비판적 논객을 넘어 '모두까지 인형'이라는 별명을 가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번엔 대한민국 보수를 저격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7일 '보수를 말하다'라는 책을 출간하고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보수진영의 현 실정과 을 비판하고 보수가 시대정신을 놓치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보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 대안과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한국 보수는 그동안 '극우 반공주의'와 '시장만능주의'에 의존하며,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종북좌파'나 '사회주의'라는 딱지를 붙여왔다"며 "지지층은 오랫동안 그 선동에 세뇌돼 왔으며 이 과정에서 당의 변화와 개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공포 마케팅이 보수 개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연성과 정책적 상상력까지 박탈해 버린 것"이라며 "달라지려면 일단 입에서 '좌빨'이라는 단어를 빼고 말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래야 보수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그동안 보수에서 대안 서사 역할을 한 것은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이었다. 복지와 분배에서 정부 역할을 줄이고, 기업을 위해 규제를 풀며 거기서 터져나올 불만은 법으로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얘기였다"라며 "하지만 일방적인 친기업 정책으로 양극화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중산층과 서민층에서 소구력을 잃고,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TK(대구·경북) 자민련(자유민주연합)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그는 "보수는 진보가 실패한 지점에서 대안 서사를 써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은 창의적 소수에겐 무한한 기회겠지만, AI(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길 대다수에게는 실존 위기로 다가올 테다. '기본 소득' 역시 그런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보수가 과거로 눈을 돌리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보수는 그 어둠을 향해 앞으로 빛을 던지는 전조등 처럼 미래를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세력이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보수는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해선 안된다. 외려 철저히 지키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야 진보의 위선을 비판할 자격이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가 외면당한 것은 유권자들이 보수의 막말을 진보의 위선보다 더 파렴치하게 보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으로 옳지 못한 언행은 보수에 상처만 입힐 뿐이다. 선거의 패배는 생채기일 뿐이다. 치명상은 유권자 머릿속에 보수가 아예 공감 능력이 없는 혐오·기피 세력으로 새겨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현재 보수 세력이 극우 성향만 두드러지는 현실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합리적 보수가 극우로부터 지지층을 빼앗아 그들을 보수진영에서 주변화해야 한다"면서 "그 첫걸음은 '합리적 보수의 입장을 견지하는 정치적 소통의 대중적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널은 이념적 경직성을 벗어 버리고 보수만이 아니라 중도는 물론 진보 측 인사까지도 출연할 수 있는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보수는 자신을 혁신하는 동시에 중도와 진보를 향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다수결 민주주의가 지금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를 위협한다. 특히 사회의 중도층은 이 현상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공공선의 기준이 무너지고, 개개인의 자유가 위협을 받는 상황을 그저 보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에 배신당한 이들은 누군가 저들의 폭주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원한다. 그 역할을 보수가 해야 한다. 보수가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가치를 다시 세워 벌써 대중독재로 흐를 조짐을 드러내는 집권당의 다수결 민주주의를 견제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 시각은 너의 편향을 견제해주고, 너의 시각은 나의 편향을 바로잡아준다. 그럴 때 사회는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 한쪽 날개가 잘린 새는 날지 못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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