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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SG 경영 흉내만 내는 기업 가려내는 방법은"

김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0 12:57

수정 2020.12.10 12:57

이재호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파트너
이재호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파트너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

[파이낸셜뉴스] "ESG 경영·투자는 국내외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와 글로벌 발주처들이 요구로 시작됐다. 이들은 이제 숫자(실적)보다는 ESG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천하는지 묻고 있다."
이재호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파트너와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는 10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가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른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ESG채권 인증평가 업무와 ESG 전략 컨설팅을 맡고 있다. ESG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딜로이트안진과 같은 ESG 적격인증기관에서 채권 관리체계 인증을 받는다.

그동안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핵심전략이기보다는 부차적으로 챙기는 이슈에 가까웠다.
환경오염 물질 배출을 관리하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며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선에서 진행됐던 탓에 사회공헌팀이나, 홍보팀 등 관련 실무부서에서 다룰 뿐 최고경영자(CEO)나 이사회의 주요 논제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경영 윗단에서 이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금줄인 투자자들이 ESG 경영·투자를 명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재호 파트너는 "기업이 선한 의도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융통하는 금융회사의 경우 사모펀드의 권고로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든지, 이해관계자들이 ESG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또 "적도원칙(EP·Equator Principles) 등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지 않으면 신디케이트론(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 또는 은행단을 구성해 일정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이 현실화하고 있어 비즈니스 안에 들어가기 위해 필수가 됐다"고 부연했다. 적도원칙은 개발과정에서 환경파괴나 원주민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자발적 협약으로 세계은행(WB)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이니셔티브다.

올해 초 글로벌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발전용 석탄처럼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에서는 자금을 빼고, 기업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재호 파트너는 "국내에서도 연기금, 사모펀드 등 주요 주주들이 기업에 레터(서한)을 보내 구체적으로 질의한다"며 "계획이 없다면 답할 수 없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ESG 계획을 세우고 관련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옥수 이사는 "과거에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나 시민단체가 압박했는데, 이는 한계가 명확했다"며 "기업을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투자자 사이드, 즉 돈줄을 쥐고 있는 기관투자자를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는 ESG 경영·투자에 나서지 않고 흉내만 기업을 선별하는 노하우가 있다. 이옥수 이사는 "CEO를 만나 △회사만의 핵심 ESG 이슈 5개는 무엇인지 △ESG 이슈를 관리하기 위한 정량적 목표와 성과지표를 가지고 있는지 △경영진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는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 등 네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곧바로 답을 하면 실제 ESG 경영을 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SG가 사회적 화두가 됐지만 경영에 반영하는 기업들은 아직 많지 않다. 이옥수 이사는 "국내에서는 ESG 경영·투자가 100대 기업 단위에서만 이뤄지고 있고, 상장기업 대다수는 관련 활동 및 정보공개가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몇몇 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 자랑할 만한 회사는 부족하다.
1등인 회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map@fnnews.com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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