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출생신고 강제해 아동학대 막아야" 시민단체 한 목소리

김성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09 14:04

수정 2020.12.09 14:04

9일 시민단체 청와대 앞서 기자회견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해야"
전남 여수 냉장고 아기도 미신고
[파이낸셜뉴스] 시민단체들이 국가가 태어나는 모든 아동 출생신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남 여수에서 냉장고에 든 채 발견된 2살 아동이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아동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출생신고를 필수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제도를 도입하라는 국제사회 권고를 받은 한국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출생통보제' 도입을 논의키로 했으나 현재까지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누락 없는 출생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공=굿네이버스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누락 없는 출생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공=굿네이버스

■출생신고 안 된 아이, '학대·방임' 사각지대 놓여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 한국한부모연합,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21개 시민사회단체는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는 현행법의 개정 또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내 출생한 모든 아동이 즉시 등록되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 규정된 대한민국의 현행 출생신고 제도는 국내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고의무자는 부와 모로 되어 있는데, 부모가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발견하더라도 신고를 강제하기 어렵다"고 현 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미혼부의 출생신고, 혼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쉽지 않으며,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는 지연되기 쉽다"면서 "현행 제도는 ‘국민’의 출생신고만 가능하게 되어 있어 국민이 아닌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는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출생의 신고와 등록은 아동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시작점"이라며 "아동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권리를 누릴 수 없으며, 유기나 불법 입양, 여수 사례와 같이 학대에 노출되어도 보호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단체가 도입을 촉구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는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부모의 의사나 국적 등과 상관 없이 정부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다. UN 산하 아동권리위원회,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이 한국에 제도 개선을 촉구한 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공적기관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도입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정부 부처의 구체적인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수 냉장고서 발견된 아동도 출생신고 안 돼
출생신고 보편화 제도는 지난 11월 30일 전남 여수에서 2살 아동이 냉장고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이후 다시 주목받았다. 아동이 숨지기 전후 경찰과 동사무소 직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수차례 아파트에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아동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관할 동사무소가 A씨 집을 방문해 쓰레기 5t 가량을 치우는 과정에서도 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숨진 아이의 7살짜리 형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학생기초조사서에 형제가 없다고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는 경찰조사에서 "미혼모라는 시선이 두려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2015년 조직된 연대모임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굿네이버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뿌리의 집, 사단법인 두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세이브더칠드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공익법센터 어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유엔난민기구, 이주민센터 친구, 재단법인 동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플랜코리아가 함께 하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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