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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평] 증시 호조, 마냥 좋은 일일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0 18:00

수정 2020.12.10 18:00

[fn시평] 증시 호조, 마냥 좋은 일일까
원화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달러당 1200원대를 나타내던 환율이 9일 현재 1085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석 달 새 10% 가까이 절상됐다. 환율이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니 올라갈 수도,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이처럼 급격한 원화절상을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절상세의 절반 남짓했던 2016년 상반기나 2017년 4·4분기 등 이전 강세기에만 해도 "환율 XX원 붕괴, 수출기업 타들어간다"는 식으로 절박함이 강조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2월 들어 1000원대에 진입하기 전까지 비상한 경계심이 표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 하나의 가설은 우리 경제가 원화강세의 주가 상승 효과에 취해 있다는 것이다. 포털에서 '원화강세'로 주제어 검색을 할 때 '원화강세 수혜주' '원화강세 주가' 등이 연관검색어 창을 채우는 것은 개인들의 관심사니 그렇다 쳐도 원화강세에 따른 주가 호조를 다룬 기사가 수출기업의 어려움에 관한 기사를 압도한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가 지난 3월 하순의 저점 대비 90%가량 상승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에다 원화강세에 따른 외국인투자가들의 환차익 기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11월 초 미 대선 이후의 주가급등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상승은 자산효과를 통해 코로나로 인한 수요위축을 완충하게 된다. 3·4분기의 양호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세에 크게 기여한 수출 회복세가 4·4분기와 2021년까지 이어지고, 여기에 금융시장의 온기가 더해진다면 경기회복이 앞당겨진다. 그러나 이런 확증편향에 매몰되는 것은 문제다. 즉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데다 수출성장세마저 억눌릴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원화절상에 동반한 주가상승으로 소득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의 소득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자금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자산소득만 늘어나는 것은 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과거 같으면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원화강세의 소득불균형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현재의 저물가 상황에선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고소득층에 치우친 소득증가는 내수소비 증대 효과를 반감시킨다.

내수부진 등 실물경제 침체 속에서 주가가 상승하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상을 앞서는 미국의 긴축전환이나 코로나 팬데믹의 예기치 못한 전개에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한걸음 물러나서 보면, 성장정체 시대에 자산의 영향이 커지는 스톡경제화가 가속하는 것도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원화강세가 이어짐에 따라 수출회복세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1월 수출이 4% 증가하는 등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원화절상이 시차를 두고 수출에 부담을 주면서 경기회복세를 이끌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달러유동성 과잉과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달러화 약세라는 프레임 속에서 21세기형 플라자합의가 호텔이 아닌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강한 경고도 그냥 흘려보내기는 어렵다.
원화가 유독 높은 절상세를 보이고 있어 보수적 관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신민영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겸임교수, LG경제연구원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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