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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공익직불제’ 안착, 그리고 새로운 출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3 18:00

수정 2020.12.13 18:25

[차관칼럼] ‘공익직불제’ 안착, 그리고 새로운 출발
"어디 쉬운 농사가 있나요? 내 자식 먹인다 생각하고 농약, 비료 최대한 줄여 농사지었는데 직불금도 받으니 고생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요즘 농촌에 가면 직불금을 받은 어르신들의 미소를 만나게 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와 긴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농업인이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다만 농촌에 공익직불금 훈풍이 불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공익직불제'는 말 그대로 농업활동을 통해 환경보전이나 농촌공동체 유지 등 공익적 기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새롭게 개편된 직불제는 직불금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기존 직불제와 달리 논과 밭의 구분 없이 같은 단가를 적용한다.
그리고 중소규모 농가 소득안정을 위해 0.5㏊ 이하를 경작하고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소규모 농가에 재배작물과 상관없이 120만원의 소농직불금을 지급한다. 면적이 커질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로 지급해 중소규모 농가에 유리하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농업인은 환경보호, 먹거리 안전,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과했다. 농업인이 준수해야 하는 17가지의 의무사항을 만들고 실천하지 않을 때는 직불금을 감액하도록 설계했다.

1년 전 농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공익직불법'이 공포됨과 동시에 정부는 공익직불제 세부 시행방안을 촘촘히 설계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세부안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지자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합심해 시행을 준비해 나갔다.

우선 코로나19가 심각했던 5월에도 신청서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 농업인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청자를 최대한 분산하고 철저한 소독을 실시했다. 접수 종료 후에는 농업인들이 준수 의무를 확실하게 지키도록 교육과 홍보에 집중하고, 위성사진을 활용해 준수사항 이행을 세밀하게 점검했다.

또한 제도 도입 전부터 우려가 컸던 비농업인의 부정수급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국세청, 국토부 등 관계부처가 보유한 정보와 신청정보를 연계해 자격을 검증했다. 부정수급 전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직불금 부정수급이 적발될 경우 수령액의 5배를 추가 징수하는 방안 등 처벌기준도 대폭 강화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다.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력 덕분에 올해 공익직불금은 자격요건이 검증된 112만 농가·농업인에게 안정적으로 지급될 수 있었다. 총 2조2753억원이 지급됐으며 지급단가 상향으로 농업인들의 수령금액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중소규모 농가와 밭작물 경작농가의 수령액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소규모 농가 소득안정과 논밭 농가 간 형평성 제고라는 본래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다.

공익직불제 도입은 '생산' 중심 농업에서 '환경과 사람' 중심 농업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공익직불제는 농가의 든든한 소득안전의 역할을 넘어 농업활동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효과적인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

올해 첫 시행을 통해 발견된 문제들을 보완하면서 농업인의 공익적 역할을 확대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농업인 한 분 한 분이 자발적으로 이런 공익적 가치를 창출해 나간다면 환경과 공존하는 농업, '탄소중립(Net zero)'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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