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근사한 임대주택 더 열심히 짓자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4 18:00

수정 2020.12.14 18:00

서민주거는 정부가 할일
아파트 시장에선 빠지고
공공임대 더 끼어들어야
[곽인찬 칼럼] 근사한 임대주택 더 열심히 짓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단지를 찾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변창흠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수행했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나온 임대주택 정책이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장관은 "올해는 장기공공임대주택 170만호를 확보하고 OECD 평균 (임대주택) 보급률인 8%에 도달하는 의미 있는 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11월 서민층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놨다.
오는 2022년까지 임대주택 200만호(누적), 재고율 9%가 목표다. 이를 위해 집권 5년간 100만호의 임대주택을 추가로 짓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보다 야심찬 계획이다. 최근엔 질 좋은 평생주택이 화두다.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주택과 같은 말이다. 지난달 국토부는 2025년까지 질 좋은 평생주택 6만3000호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 넓은 아파트(60~80㎡)에서 더 오래(30년) 살 수 있는 길이 트인다.

주목할 것은 입주자격을 중위소득 130%에서 150%까지 높였다는 점이다. OECD는 150%를 넘으면 고소득층으로 친다. 문 정부가 들어선 뒤 국토부는 박근혜정부 작품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부터 없앴다. 중산층용이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다. 그런데 질 좋은 평생주택엔 중산층도 들어가 살 수 있다. 물론 국토부는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매기고, 물량의 60%는 저소득층에 우선 공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럼에도 고소득층 바로 아래 중산층까지 입주 문을 연 것은 그 자체로 큰 변화다. 정부의 변덕을 문제 삼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더 많은 상위 중산층이 임대아파트에 살아야 '임대' 이미지가 바뀐다.

문 대통령에게 당부한다. 2기 부동산 정책은 임대주택에 초점을 맞춰달라. 근사한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을수록 좋다. 지난달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인 진선미 의원이 "(임대주택이) 내 집과 차이가 없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고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나는 진 의원의 선의를 믿는다. 아직은 임대가 진 의원 집(래미안)을 쫓아갈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격차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좁혀나가야 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누구나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다. 싸고 시설이 좋아서다. 공공임대주택의 롤모델이다.

'낄끼빠빠'라는 속어가 있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란 말이다. 정부는 거꾸로 갔다. 일반 아파트 시장은 정부가 빠져야 할 곳이다. 시시콜콜 참견해 봤자 되레 부작용만 키운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정책 신뢰는 바닥을 쳤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제일 큰 원인도 부동산 헛발질이다. 매매, 전월세 시장은 그냥 시장에 맡겨라. 그 대신 정부는 큰 그림만 그려라. 부동산이 시스템 위기를 부르지 않도록 전체 수요·공급을 조절하고, 금리와 통화량을 관리하면 된다.

반면 임대주택 시장은 정부가 더 끼어야 할 곳이다. 문 대통령이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짓겠다는 걸 두고 야당이 태클을 거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니가 가라 공공임대'와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나. 실언이길 바란다.
난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세종시로 옮기면 그 자리에 보란듯이 질 좋은 평생주택 특구를 지으면 좋겠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정부가 임대주택에 그만한 의지를 보이면 박수를 치겠다는 뜻이다.
그래야 진짜 서민을 위한 정부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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