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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 뺀 전력수급 계획, 미덥지 못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15 18:00

수정 2020.12.15 18:00

신재생에 과도한 의존
탄소중립 정책도 의문
전남 영암군 삼호읍 일대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 /뉴시스
전남 영암군 삼호읍 일대 농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 /뉴시스
정부의 중장기 에너지 전환 로드맵의 윤곽이 드러났다. 15일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2020~2034년)이 공개되면서다. 그러나 탈석탄·탈원전 기조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계획안의 허상도 드러났다. 석탄발전을 줄이는 대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늘리는 방안이 단적인 사례다. 이처럼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식으로 기후변화나 4차 산업혁명기의 전력수요에 제대로 대응할지 의문이 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이번 계획안에 따르면 2034년까지 가동연한 30년이 도래하는 석탄발전 30기가 폐지되고, 이 가운데 24기는 LNG발전으로 대체된다.
탄소와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LNG 역시 석탄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탄소배출원이다. 게다가 값이 비싸다는 흠도 있다. 지난해 40.4%였던 석탄발전 비중이 2030년에도 29.9% 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다. 삼척화력 1·2호기 등 건설 중인 석탄발전 7기를 예정대로 준공한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 얼마 전 정부가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이란 목표 자체가 아득해 보인다. 환경부는 이날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계획이 없어 말잔치로 비쳐졌다. 지난 2015년 6월 2030년 탄소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목표로 제출한 데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탄소를 대폭 줄이자니 전력수급이 걱정돼 한·미·일 전력망을 잇는 동북아그리드 검토 같은 언제 실현될지 모를 대책을 내놨을 듯싶다.

이는 탄소배출이 사실상 제로인 원전을 포기한 대가다. 계획안에 따르면 원전 설비용량은 현재 23.3GW에서 2034년 19.4GW로 축소된다. 이 공백을 태양광 등을 대폭 늘려 메울 방침이다.
하지만 14일 윤영석 의원과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집계했다는 자료를 보라. 지난 5년여 전국 6만곳에 깐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이 겨우 신고리 4호기 원전 1기분에 그쳤다.

이처럼 19조원을 투입한 태양광이 4조원 들인 원전 1기보다 가성비가 낮은 결과를 초래했다면 갈 길은 뻔하다.
우리나라보다 태양광 진흥에 유리한 기후와 넓은 땅을 가진 미국과 중국이 왜 차세대 원전 확대에 나섰겠나.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등 탈원전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는 탄소중립도, 전력수급도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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