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20년 'K방역'은 성공했나?…코로나 1년 전문가 긴급진단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0 13:58

수정 2020.12.20 14:04

"섣불렀던 방역조치 완화… K방역 성패 올 겨울에 달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을 공식 인정한 게 지난해 12월31일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누적 확진자는 5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는 674명이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악화되는 코로나 정국…"방역조치 강화해야"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97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400~500명대였던 신규 확진자 수는 2주도 채 되지 않아 두 배로 불어났다. 지난 16일 이후 닷새 연속 1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코로나19 대유행의 원인은 계절과 성급했던 방역조치에 있다. 앞선 2~3월 대구·경북, 5월 이태원, 8~9월 광화문집회 집단감염을 성공적으로 억제한 후 다소 이른 시기에 방역조치를 완화했다는 것이다. 12월에 이른 지금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감염 확산을 막기 불리한 환경이 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발생 확진자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며 코로나19 뿌리를 뽑을 기회가 왔을 때마다 방역조치를 완화해 기회를 놓쳤다"며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으나 정부는 그 말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앞선 집단감염은 특정 종교, 집회 관련된 것이어서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용이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계절은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이 됐고 역학조사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 방역조치를 완화한 것은 너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지난 17일에는 입원 대기 중이던 60대 남성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아직 방역 통제망이 상실되지 않았고 의료체계 수용 능력에도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직면한 위기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한시가 급하다.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확진자를 줄여 의료체계를 정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좌측부터)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백신 접종은 '깜깜'…코로나 내년까지 계속

현재 접종 시기와 물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백신 확보에 대해선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김 교수는 "K방역을 과신한 탓인지 백신을 확보하는 시기가 많이 늦었다"며 "다른 나라에서 다 접종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이후에 시행한다고 할 거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왜 존재하나.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 백신 맞는 것을 우리 국민은 가만히 지켜보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공급자 입장에선 우리보다 미국이나 유럽이 우선순위가 높은 게 현실"이라며 "또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수천만개 구입하고 나서 그제서야 효과가 없다고 하면 어느 누가 책임지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국내 예산은 한정적이고 담당자의 권한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 지속되고 있으나 종식될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상용화되더라도 내년 하반기까진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교수는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을 형성하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백신을 접종했을 때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확산세가 잡힐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진단검사를 진행하면서 확진자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정부지만 국민에게도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진정한 의미의 대유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K방역의 성패도 이번 겨울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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