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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꺼진 크리스마스

[기자수첩] 불꺼진 크리스마스
동양의 절기에 동지가 있다면 서양에는 크리스마스가 있다. 중국 주나라는 생명력과 광명이 부활한다는 의미로 동지를 설로 삼았다. 서양에서는 초기 기독교가 태양 숭배의 풍속을 이용해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게 됐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밤이 긴 날이 끝나고 태양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 날은 1년 중 가장 최고의 날임이 틀임없다.

이런 기쁜 날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암울한 크리스마스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끼를 먹던 크리스마스는 먼 기억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이제는 가족도 친구도 5인 이상 모이지 못한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1년이 다 가도록 종식은커녕 그 세력을 더 확장해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캐럴이 울려퍼지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어둡다. 식당과 술집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경기도의 주요 상권을 가보면 '임대 내놓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코로나19 전염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영업자를 비롯해 자금 압박이 심해지는 중소기업을 생각하면 섣부르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코로나19가 주는 경제적 압박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전화 통화를 하게 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거래하는 기업들이 납품대금 지급을 계속 미루고 있어 실제로 버는 돈이 많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거래처들이 자금이 돌지 않아 결제를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 기업은 겉으로는 매출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만질 수 있는 돈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제품 원가, 인건비,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보는 곳도 사정이 이런데 반대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연말까지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시즌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최근 심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실물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코로나19 걱정 없이 불이 환하게 켜진 상가에서 술 한잔 기울일 날이 오길 희망해 본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산업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