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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생활 속 안전지킴이, 안전신문고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2.27 18:00

수정 2020.12.27 18:00

[차관칼럼] 생활 속 안전지킴이, 안전신문고
전주시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평소 자주 행해졌던 무단횡단이 대폭 감소하게 된 사연이다. 이 학교 정문 앞에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었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이 그곳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그냥 도로를 건너 학교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주민들은 관련 기관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버스 정류장 옆에 횡단보도를 하나 더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8차로나 되는 도로에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하면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안전신문고에 한 무리의 학생들이 도로를 무단으로 건너는 현장 사진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다. 관련 기관들이 모여 여러 차례의 협의와 현장조사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한 결과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하는 대신에 기존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횡단보도 인근으로 옮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 교통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의 무단횡단을 막을 수 있어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은 것이다.

이는 안전신문고를 통해 생활 속의 위험요인을 해결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안전신문고는 국민 누구나 생활 주변의 안전 위험요인을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휴대폰을 통해 신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운영 중인 시스템이다. 휴대폰에 '안전신문고' 앱을 설치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고 그 처리 결과까지 알 수 있다.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할 수 있는 분야도 아주 다양하다. 도로·시설물 파손 및 고장부터 건설 현장의 안전 미준수, 교통위반, 불법 주정차 신고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의 거의 모든 안전 위험요인이 신고의 대상이 된다. 지난 7월부터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신고와 제안도 할 수 있도록 했다. 24일 현재 안전신문고를 통한 신고건수가 무려 180만3153건에 이르고 있다.

안전신문고를 이용하면 주민들은 일상생활의 위험요인을 쉽게 신고해 이를 개선토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행정기관은 국민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 사각지대 세세한 곳까지 챙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단순한 신고뿐만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안들도 많아 안전사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국민이 재난안전관리의 주체가 돼 참여한 안전신문고는 하나의 안전문화 정착의 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안전신문고의 활용성을 높이고 우리 사회 곳곳의 생활 속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신고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가 미흡할 경우에는 재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피콜 서비스'를 도입하고, 신고 처리 결과를 사진과 함께 한 번 더 알려주는 '추가 답변 서비스'를 마련할 계획이다. 큰 둑이 무너지는 것도 아주 작은 틈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재난과 안전사고 역시 '설마 나는 괜찮겠지' '이 정도야 뭐'하고 방심하거나 작은 위험요인을 그냥 지나쳐버렸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안전신문고에 접수되는 작은 신고들은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많은 생명을 보호하는 소중한 기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안전지킴이'가 돼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도록 안전신문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김희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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