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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자기업 CEO 검증하는 국민연금, 속내는

[기자수첩] 투자기업 CEO 검증하는 국민연금, 속내는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 요구와 관련, 설왕설래가 오간다. 국민연금도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승계 후보를 공개할 수 있을지 역지사지(易地思之) 측면에서 고려해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CEO 승계정책 공개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같은 선상이다.

우리나라는 경영권 승계에 대한 모범적 사례나 전통이 부족한 환경인 만큼 더 그렇다. 조기에 CEO 승계자를 확정하면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역효과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서 이미 학습됐고, 조선시대에는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가 그랬다.

재계의 해법은 간단하다. 개별기업 자율에 맡기라는 것. 구체적 내용에 따라선 회사의 핵심인재 전략을 노출하고, 외부로부터 불필요한 경영권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의 CEO 조기검증 시도 의도에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 지배'라는 음모론까진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에 분란이 생기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까지 망가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재계에서 우려와 염려를 하는데도 강행하면 누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까.

내년 첫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안내서로 통칭되는 일반원칙에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그대로 포함,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기업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해법도 있다. 국민연금 공단 이사장 또는 CIO 승계 후보의 공개다. 임기 첫 시작부터 승계 후보군을 내·외부에서 정해 공개하는 것이다. 기업들에 요구하기 전 내부에서 괜찮은지 실험이다. 파장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투명사회를 원한다면 먼저 나서기를 권한다.


국민연금의 목적이 기업 지배가 아니라면 2021년이 되기 전에 다시 한번 고심하길 바란다. 견조한 수익률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키는 것이 제1 목적이 아닌가. CEO를 조기검증하는 것이 수익률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줬으면 한다. 이대로는 국민연금이 자본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앞세워 민간기업에 특정 형태의 지배구조 운영을 '강제'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오명을 벗을 수가 없다.

ggg@fnnews.com 강구귀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