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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文정부, 기업에도 손을 내밀어 달라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1 18:00

수정 2021.01.21 18:00

[강남시선] 文정부, 기업에도 손을 내밀어 달라
문재인정부는 공유와 분배라는 단어를 유독 좋아한다. 웬만한 핵심 국정과제엔 꼭 낀다. 이익공유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판을 깔았다.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기업과 플랫폼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이익을 나눠주라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맞장구를 쳤다. 당장 여당은 2월 국회 법제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눈치가 보였는지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으로 벌어진 격차를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시장경제 원리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발상이라는 점이다. 기업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기업 주인은 주주들이다. 이윤은 투자로 이어지고, 임금으로, 주주 배당으로도 나간다. 기업 이익을 제3자인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할 처지가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독점하는 것도 아니다. 세금을 내고 기부나 각종 사회적 기금으로도 나간다. 이렇게 모인 돈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쓰인다. 이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아무리 정부가 자발적이라고 써도 기업은 강제나 압력으로 읽는다. 경영진이라도 주주나 투자자 동의 없이 번 돈을 맘대로 썼다간 배임죄로 처벌될 수 있다. 자칫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10년 전 대기업 목표 초과이익을 나누자는 초과이익공유제가 추진됐다가 무산됐다.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경제학 공부를 해왔으나 이익공유제라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해도 안 가고,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2018년에도 대기업 이익을 강제로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추진하다 국가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져 발을 뺀 적이 있다. 이미 대·중소기업은 자발적으로 성과공유제를 시행 중이다.

여당은 이익공유제 명분으로 자산불균형을 내세웠다. 그러나 코로나보다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 실패 탓이 크다. 문재인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는 오히려 일자리를 없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생존 위기로 내몰렸다. 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24차례의 부동산대책은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앗아갔다.

분배지표도 안 좋다. 순자산 5분위 배율은 문재인정부 출범 첫해 2017년 100배에서 작년 167배로 껑충 뛰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을 하위 20%의 평균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클수록 계층 간 자산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민생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한 탓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 상황은 최악이다. 성장률은 꺼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말 기업규제3법과 노조법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국회를 통과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법도 대기 중이다. 여당은 "살려달라"는 재계 호소를 듣는 시늉만 하다 만다. 이러니 기업이 정부·여당을 못 믿겠다는 거다.

한국처럼 기업하기 힘든 나라도 없다. 뭉텅이 규제도 모자라 때만 되면 선의로 포장한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오니 말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 취임 직후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기업이 잘돼야 나라경제가 잘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3년6개월이 지났다.
빈말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만신창이가 된 기업의 손을 꼭 잡아주기 바란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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