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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올 화두는 디지털 IP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4 18:00

수정 2021.01.24 18:00

[차관칼럼] 올 화두는 디지털 IP
특허로 대표되는 지식재산 제도가 도입된 16세기 이후의 역사를 보면 지식재산은 그 나라의 산업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산업발전 수준에 따라 지식재산 정책이 변화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발전의 근간이 되는 선진기술을 따라가야 하는 국가에서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지식재산에 대한 보호에 소홀하다. 반면 영국, 미국 등의 기술 선도국들은 자기들이 가진 기술우위를 유지하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유인으로 지식재산 보호를 강화해 왔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해 특허를 비롯한 산업재산권 출원은 55만7000여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없었던 2019년보다 무려 9.1% 증가한 것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출원건수로 세계 4번째 국가인 만큼 기술 선도국으로 가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역할의 변화가 있었다. 1977년 개청한 특허청은 당시 2만여건에 불과한 출원이 36만여건에 이르는 2010년까지 밀려드는 출원 건을 제때 처리하기 위한 심사·심판 업무에 주력해 왔다. 이후 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재권 연계 연구개발 전략 지원사업(IP-R&D)'을 시작해 국가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였고, 특별사법경찰제를 도입해 지식재산 보호를 더욱 강화했다.

최근에는 특허분석을 통한 소재·부품·장비기술 국산화를 지원해 통상마찰을 해결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진단·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등 지식재산 정책으로 국가 위기대응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 변화가 있었다.

오늘날 지식재산정책 환경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비대면화와 온라인화가 급속히 확대되고, 경제·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관련 신기술 분야의 특허출원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오프라인 중심으로 발전해 온 현행법·제도하에서는 인공지능, 데이터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지식재산으로 권리화하고 보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 기술에 대한 권리화 방안을 모색하고 디지털 환경에 맞도록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지식재산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이 요구된다. 특허청이 올해의 정책 화두로 '디지털 지식재산(Digital-IP)'을 선정한 이유다.

우선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적절히 보호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신 기술동향, 발명자 현황 등 핵심정보가 집약된 지식재산 데이터가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도록 데이터 개방을 확대하고, 특허·산업·경제 데이터를 연계한 '특허 빅데이터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인공지능이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또는 특허를 소유할 수 있는지 등의 이슈에 대한 제도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특허심사 가이드를 제정해 혁신기술이 조기에 제대로 권리화돼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재산에 대한 침해 유형이 다양화·지능화되는 것에 대비해 보호체계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전 세계가 맞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격변기는 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5G 최초 개통,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등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가 'Digital-IP'를 통해 세계 기술을 선도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용래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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