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이용구 동영상 묵살, 수사관이 판단?…경찰청 정말 몰랐나

뉴스1

입력 2021.01.25 14:21

수정 2021.01.25 18:59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택시기사 폭행 관련 질문을 듣고 있다. 2021.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택시기사 폭행 관련 질문을 듣고 있다. 2021.1.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는 핵심 물증인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봐주기 의혹 수사'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지시에 따라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과 지휘라인 등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들의 줄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차관의 폭행 동영상 존재 사실이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 등 수뇌부에까지 전달됐을 가능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전날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올해 출범한 경찰 수사 컨트롤타워인 국수본의 1호 지시이기도 하다.

진상조사단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청문과 수사부서가 합동으로 편성된 건 사안이 중대한 만큼 감찰과 조사를 동시에 진행해 조속히 진상을 밝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진상조사단이 꾸려진 건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담당했던 서초서 수사관이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B씨가 외부업체에서 복원한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A경사에게 보여줬고 이를 확인한 A경사가 "못 본 거로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B씨에게 건넸다는 주장이 경찰 조사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이에 대해 "서초서 담당 수사관 A경사가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24일자(전날)로 A경사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경찰청·서울경찰청 정례간담회 등을 통해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과 관련한 직접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8일 경찰청 정례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피해자 진술 외 (동영상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할 직접 증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후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찰청 정례간담회에서 "지난 정례간담회 때 동영상 부분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일부 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됐다"며 "이런 내용이 전파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진상조사단이 조사할 핵심 사안은 '봐주기 수사 의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처리한 A경사의 자의적 판단이었는지, 지휘라인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까지는 최초 출동한 서초서 관내 파출소 경찰들이 해당 사안을 '운행 중 기사 폭행'에 따른 특가법 사건으로 서초서에 보고했지만, A경사가 B씨의 처벌불원서 등을 토대로 단순 폭행으로 처리해 내사종결 의견으로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폭행 영상과 같은 핵심 물증 등에 대한 내용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휘라인인 서초서 형사과장은 이런 내사종결 의견을 보고받고 서초서장(현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에게 그대로 처리하겠다고 구두보고했고 서초서장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A경사가 사실상 축소 보고를 한 것인지, 지휘라인이 무마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그 윗선인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청와대 등에는 해당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 차관이 2017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현 정권 핵심 인물인데도 경찰 수뇌부가 이를 모를 수 없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서초서 형사과장과 서초서장이 사법고시 출신이어서 선배인 이 차관의 존재나 주요경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확인했을 때 이 차관이 법무실장을 지낸 것을 모두 몰랐다고 한다"며 "조사대상을 다 검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은 향후 최초 출동한 관내 파출소 경찰을 비롯해 A경사, 당시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등에 대한 줄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A경사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 이 차관의 사건 무마 청탁 여부도 함께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 차관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사건 처리 당시 경찰 고위층과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연락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담당자(A경사)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과 서초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위법행위 발견 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은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이 차관 사건 처리를 담당했던 서초서 A경사의 소환조사 일정도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경사에 대한 경찰의 진상조사 여부에 관계없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아파트 앞에서 자신을 깨우던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최초 출동한 관내 파출소 경찰들은 '운행 중 기사 폭행'에 따른 특가법 사건으로 서초서에 보고했지만 서초서는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고 입건 없이 내사종결해 봐주기 의혹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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