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벼락거지'와 증시 빚투의 그늘

김미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8 18:00

수정 2021.01.28 18:28

[기자수첩] '벼락거지'와 증시 빚투의 그늘
"월급 받아 집 사긴 글렀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에서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한순간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의 반대 개념으로, 갑작스레 오른 집값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한순간 거지 신세가 됐다는 조소적 의미가 담겼다.

일명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 열풍 배경엔 '벼락거지'란 신조어까지 탄생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자리잡고 있다.

절대적 저금리 환경 속 부동산 랠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자산격차 축소를 위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활황인 주식시장에 잘만 올라타면 종잣돈을 만들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선 '동학개미운동 시즌2'가 펼쳐지고 있다. 실제 개인의 주식투자 열풍은 수치로 확인된다. 개인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8일 신규계좌가 5만3270좌 계설돼 일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일평균 1870좌, 지난해 9110좌가 계설된 데 비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투자자예탁금은 74조455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26일 기준으로도 69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고, 26일 21조633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승장을 경험한 개인들이 무리한 투자에 나서거나, '나만 안하면 손해'를 볼 것 같은 조급함에 빚을 내 '패닉바잉'에 나설 경우 예기치 못한 조정 시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

그간 만난 투자전문가들은 주식투자 비법에 대해 하나같이 '시간을 이기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간을 이기는 투자'는 펀더멘털이 좋은 자산에 투자하며, 긴 호흡으로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변동성이 큰 투자자산인 만큼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다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했다.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투자원칙을 한번쯤 새겨볼 만하다.

mjk@fnnews.com 김미정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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