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한국, 인도태평양 비전 천명해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8 18:04

수정 2021.01.28 18:04

[송경진의 글로벌 워치] 한국, 인도태평양 비전 천명해야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서명한 17건의 행정명령 중 11건이 전임자의 행정명령을 취소하는 조치였을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철회 및 거리두기에 바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 기조는 대부분 계승, 확대할 것 같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인도태평양전략(인태전략)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2017년 인태전략을 대중 외교, 안보, 경제 전략으로 제시했다. 2018년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하기까지 했다. 강력한 대중정책과 동맹강화를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신설한 인도태평양조정관 직책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임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취임 첫날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태지역을 위한 한미동맹, 한·미·일 삼자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사실상 한국의 인태전략 참여를 압박했다.

일본, 호주, 인도, 아세안 등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뿐 아니라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 등도 자국의 인태 비전 혹은 전략을 제시하고 미국 주도의 인태전략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모든 나라의 인도태평양 비전이 미국의 전략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규칙기반 질서, 다자주의, 포용주의, 그리고 세계 평화와 경제, 무역 활성화를 중요한 가치로 포함한다. 동시에 어떤 나라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각국의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도 과거 수차례의 기고와 연설을 통해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할 때 미·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태전략이 동맹강화전략인 점과 미·중의 경쟁적 협력관계를 위한 미국의 구상(중국의 역내 역할 인정 및 국제기구 지분 확대, 규칙기반 경제무역 관계, 기후변화·인프라·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중국이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주목한다면 어느 정도는 양자택일의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태전략 미참여와 의도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한국의 외교는 변곡점에 놓였다. 미·중 간 양자택일 회피 방법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일종의 임시방편으로 내세운 것이 한국의 신남방정책이다. 신남방정책은 인태전략의 하부 혹은 지지 정책은 될 수 있으나 대체전략이 되기에는 부족한 양자 경제협력 정책이다. 이제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한국의 가치와 원칙을 반영한 인도태평양 비전 혹은 전략을 수립, 천명해야 미·중 경쟁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유주의적 질서에 기반한 동맹의 가치도 존중하면서 우리의 국익과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우리의 인태전략은 사안별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계몽된 이기심'의 판단기준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인태전략은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협력의 촉매제 역할뿐 아니라 한·중 관계에서도 적절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당분간 미국은 국내 현안 해결에 국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므로 우리에게 약간의 시간이 있다.
정치권, 정책입안자, 전문가, 업계 등이 참여하는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한국의 인도태평양 비전을 수립, 전 세계에 천명해야 한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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