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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도 공매도 전쟁, 게임스톱 사례 잘 살피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28 18:04

수정 2021.01.28 18:04

개미가 공매도 세력 응징
국내 증시에도 시사점 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서브레딧인 월스트리트베츠(WSB) 홈피 갈무리.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떠오른 WSB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가를 급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뉴스1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서브레딧인 월스트리트베츠(WSB) 홈피 갈무리.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떠오른 WSB는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가를 급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뉴스1
미국 뉴욕 증시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체인 게임스톱 주가가 27일(현지시간) 135% 뛴 347달러로 마감했다. 1주일 전 이 회사 주가는 39달러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가는 2.57달러다.
비디오게임 소매업은 대표적 사양업종으로 꼽힌다. 디지털 전환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뉴욕증시는 다우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게임스톱 주가의 고공행진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공매도가 있다. 멜빈캐피털을 비롯한 헤지펀드들은 게임스톱을 공매도의 표적으로 삼았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셈이다. 이는 시장의 일반적인 견해와 일치한다. 하지만 온라인 주식 채팅방 월스트리트베츠(WSB)에 모인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WSB는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개설된 서브레딧으로, 미국 개미들의 성지로 떠올랐다. 개미들은 온라인 거래 앱 로빈후드 등을 통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당연히 주가가 뛰었고, 하락에 베팅한 쪽은 큰돈을 잃었다. 개미들이 공매도 세력에 제대로 한 방을 먹인 셈이다.

게임스톱 사태는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먼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월가를 멋대로 주무르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 온라인에서 똘똘 뭉친 개미들은 더 이상 예전의 모래알 조직이 아니다. WSB라는 본부에서 명령을 내리면 전쟁터의 개미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27일 WSB는 이용자 폭증으로 한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럼 개미들이 최후의 승자인가. 아직 모른다. 게임스톱 주가가 치솟은 건 펀더멘털 덕분이 아니다. 개미들은 그저 공매도 세력에 본때를 보였고, 그 결과가 주가 급등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이는 세계 최대 영화관체인을 운영하는 AMC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게임스톱이든 AMC든 펀더멘털이 뒤를 받치지 못하면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급기야 백악관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과열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경제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게임스톱뿐 아니라 최근 주가가 폭등한 다른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금융위원회는 2월 중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 바다 건너 게임스톱 사태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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