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풋사과 경찰’ 되지 않으려면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4 18:12

수정 2021.02.04 18:12

[기자수첩] ‘풋사과 경찰’ 되지 않으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과다. 지난 수장이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자주 해 '애플(사과) 청장'이란 별명이 생길 정도였지만, 그에 못지않다. 수사 문제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더 문제다. 지금의 경찰 이야기다.

'국민 중심 책임 수사'를 펼치겠다는 경찰의 연초 포부는 온데간데 없고 고개를 숙이기 바쁘다.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서울경찰청장 등 최고위직이 잇따라 사과를 했다.


경찰은 16개월 영아가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서 미흡한 대응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새해 벽두부터 김창룡 경찰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경찰의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폭행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담당 수사관의 거짓말만 믿고 '블랙박스 영상은 없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영상을 보고도 못 본 척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는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도 "진상규명이나 보고 등이 매끄럽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다"고 했다. 사과는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힘으로 쓰여야 한다. 유감 표명이 단지 말로 끝난다면, 신뢰를 얻기는 더욱더 어렵다.

그런데도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이 부실한 것은 아쉽다. 특히 이런 상황은 이 차관 사건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의혹이 이어지고 있고, 철저한 진상조사 중인 것은 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한 점을 고치겠다는 말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은 올해 1차적 수사 종결권까지 얻어내며 그 권한이 더욱 강력해지지 않았나. 막강해진 권한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야 한다. 조직 내 보고체계, 근무태도 등 전반적인 문제점도 파헤치고 고쳐내는 계기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 드러난 사건이 일부분이라는 생각으로,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개선 의지 없는 사과는 진정성도 없고 와닿지도 않는다. 사과와 땜질식 대책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통렬한 반성과 개선 고민이 뒤따르길 국민들은 기대한다.
수사권 조정 첫해부터 사과도 제대로 못하는 '풋사과 경찰'이란 오명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

bhoon@fnnews.com 이병훈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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