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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산재 예방, 기업인 처벌 강화가 능사일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7 18:00

수정 2021.02.07 18:00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통과 이후 과도한 처벌조항에 따른 업계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 5일 경북 구미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구미국가산업단지 제조업체의 78%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1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통과 이후 과도한 처벌조항에 따른 업계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 5일 경북 구미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구미국가산업단지 제조업체의 78%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뉴스1
산업재해 예방 및 관리 대책이 꼬이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사업주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다.
애초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이후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상 양형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등이 요구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 1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는 이중 규제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난맥상은 지난 5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개최한 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등에 대한 공청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앞서 1월 12일 양형위는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 등 책임자에게 최대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할 수 있도록 산안법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공청회에서는 산안법 양형기준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분출됐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만 강화한 것은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대종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대기업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청문회를 오는 22일 열 예정이다. 졸속 논란 속에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말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법을 놓고 노동계와 재계 양쪽에서 누더기 입법이란 비판과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4월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둔 공청회인지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야가 형사처벌 대상 사업장을 넓히는 등 표밭인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기운 선택을 할까 봐서다.

산업재해,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사고를 극소화해야 할 당위성을 누가 부인하겠나. 다만 최고경영자가 모든 사업 현장을 일일이 관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사고 발생 시점에 특정 지위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무거운 징역형으로 다스리는 건 "형사책임을 복불복의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꼴"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더욱이 법리적 문제를 떠나 산안법과 중대재해법상 처벌조항을 강화하는 이중·삼중의 규제는 결국 근로자들의 일터인 기업의 생존을 어렵게 할 게 뻔하다.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산재 예방과 관리라는 본질에 초점을 맞춘 정밀한 대안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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