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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애플카 협상 결렬, 하청업체 되는 것보단 낫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08 18:00

수정 2021.02.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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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폭스콘이 반면교사
현대차·기아 자존심 걸려
현대차가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그룹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협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은 출시가 임박한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뉴스1
현대차가 8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그룹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만 시장에선 여전히 협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진은 출시가 임박한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뉴스1
현대차와 기아가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과의 협업설을 공식 부인한 것이다. 또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현대차의 애플 관련 공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공시에선 애플과 협의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시장은 현대차와 애플 간 협의가 있었지만 일시 중단된 것으로 해석했다.

당장 현대차그룹주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이날 하루 새 사라진 시총만 수조원에 달했다. 지난 몇 주간 애플카 관련 보도로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동학개미들이 한달간 사들인 현대차그룹주는 2조6000억원어치에 이른다.

협상 결렬을 두고 한쪽에선 비밀주의를 중시하는 애플이 뉴스가 나오자 현대차에 화가 많이 나 협상을 중단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른 쪽에선 현대차가 자칫 애플카를 수탁생산하는 애플의 하청업체로 전락할까봐 협상을 걷어찼다는 시각도 있다. 양쪽 다 일리 있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1차 공시에서 애플과의 협력을 부인하지 않다 재공시에서 이를 부인했다. 이는 '애플과 협의를 해왔지만 지금은 중단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언제라도 협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애플과 자율주행차 협의를 안 한다고 했으니 전기차 협업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자율주행 분야는 현대차가 기술력에서 후발주자이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은 글로벌 시장이 탐내는 첨단기술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애플 협업은 성사만 되면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폭발력을 갖는다. 하지만 현대차가 애플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 현대차는 자타가 인정하는 완성차업계 강자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서서히 실력을 인정받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현대차·기아 활약덕에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5위 자동차 생산국 자리를 5년 만에 탈환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4~3·4분기 우리나라 전기차 수출은 세계 4위에 올랐다.

애플 아이폰을 수탁생산하면서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만 폭스콘은 반면교사다.
일본 닛케이는 5일 "애플이 적어도 일본 내 6개 자동차 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긍할 수 없는 불리한 조건이라면 차라리 애플카 위탁생산이 일본에 넘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자동차 강자 현대차와 기아가 애플의 을이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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