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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열린 마음으로 원전 보라" 빌 게이츠의 충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5 18:00

수정 2021.02.15 18:28

'기후재앙 피하는 법' 출간
탄소중립·탈원전은 엇박자
억만장자 박애주의자 빌 게이츠가 16일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게이츠는 "대중이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을 바라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억만장자 박애주의자 빌 게이츠가 16일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게이츠는 "대중이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을 바라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억만장자 박애주의자인 빌 게이츠가 16일 세계 각국에서 동시 출간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에는 '우리가 가진 해법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라는 부제가 붙었다.
기후재앙은 인류 공통의 숙제다. 하지만 말만 무성할 뿐 실천은 부족했다. 게이츠는 말의 성찬 대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그중에서도 원전을 보는 게이츠의 시각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그는 "원전은 밤과 낮,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유일하게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원"이라며 "다른 어떤 청정 에너지원도 원자력과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환경 중립적인 박애주의자의 주장이란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 원전 안전 논란에 대해 그는 "자동차가 사람을 죽인다고 없애자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안전성을 한층 높인 차세대 원전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게이츠의 말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다만 원전은 악, 신재생은 선이라는 도식적인 시각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게이츠는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할 때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석탄, 석유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한다. 기후 측면에서 신재생이 원전보다 월등한 것도 아니다. 국내 태양광 발전에서 보듯 신재생 에너지는 산림 훼손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탈원전은 이념이 됐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오는 2034년까지 원전과 석탄발전은 푹 줄이고, 신재생과 LNG 발전은 대폭 늘리는 게 목표다. 원전은 2024년 26기에서 2034년 17기로 쪼그라든다. 원전이 빠져나간 부족분을 태양광과 풍력이 채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신재생 발전량을 현재 20.1GW에서 77.8GW로 네 배가량 높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기후를 생각하면 탈원전이 아니라 오히려 원전 진흥이 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배출되는 탄소량과 회수 또는 제거하는 탄소량의 합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과감한 구상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약속은 펑크가 났다. 애당초 무리수를 둔 탓이다. 탈원전과 탄소중립은 엇박자다.
2050 탄소중립도 갈 길이 멀다. 게이츠는 "대중이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을 바라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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