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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4분기 소득통계 속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8 18:24

수정 2021.02.18 18:24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4/4분기 가계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4/4분기 가계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4·4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516만1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 늘었다. 뜻밖이다. 코로나 사태 속에 소득이 큰 폭으로 줄었을 거란 예상이 빗나갔다. 분위별로 봐도 1분위(저소득층)의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164만원으로 역시 1.7% 늘었다.
이 역시 예상을 빗나갔다.

18일 통계청은 지난해 4·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표상 겉은 멀쩡하다. 하지만 속을 들추면 감춰진 진실이 드러난다. 전체소득에서 비중이 가장 큰 근로소득을 보자. 1분위 근로소득은 전년동기에 비해 13% 넘게 줄었다. 2분위(차상위계층) 근로소득은 5.6% 줄었다. 반면 5분위(고소득층) 근로소득은 되레 1.8% 늘었다. 이게 코로나 사태가 남긴 속살이다. 예상대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격차를 열심히 메운 게 이전소득이다. 이전소득 중에서도 재난지원금과 같은 공적 이전이 큰 역할을 했다. 1분위와 2분위 이전소득은 각각 16% 안팎으로 늘었다. 4~5분위도 30~40% 수준으로 이전소득이 늘었지만 절대금액을 보면 1~2분위에 미치지 못한다.

요컨대 정부는 코로나 비상사태 속에 재정으로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을 늘리는 데 힘을 쏟았다. 올 1·4분기에도 4차 재난지원금을 '두텁게' 주려 한다.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주요 선진국 대비 꼴찌 수준이다. 당장은 재정 지원이 불가피하다. 다만 5분위 고소득층까지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그 돈을 1분위로 돌리는 게 오히려 사회 정의에 가깝지 않을까.

장기적으론 사회안전망을 더 촘촘히 깔아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사태 같은 위기가 닥쳐도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지 않는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지원은 응급처치용이다.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걸 영원히 이전소득으로 메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재정건전성만 망가진다.
증세를 기반으로 꾸준히 복지체계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맨날 복지를 외쳐봤자 증세를 외면하면 말짱 헛일이다.
작년 4·4분기 소득 통계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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