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모펀드 사태, 본질은 어디 갔나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18 18:27

수정 2021.02.18 22:30

[기자수첩] 사모펀드 사태, 본질은 어디 갔나
[파이낸셜뉴스] 최근 라임펀드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직무정지 상당과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에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중징계 사전 통보 이후 금융권에선 다소 이상한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비난의 화살이 사태를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금융사가 아닌 금융감독원에 집중되는 것이다. 비난의 핵심은 금감원의 감독 부실과 과도한 징계였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 된 바 있다.


물론 금감원의 감독이 부실했던 측면도 있고 중징계 여부도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차적인 잘못과 책임은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금융사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사가 자체적인 판단과 잘못된 정보 등에 기반해 상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에 대해 금감원은 사후적이지만 절차에 따라 제 역할인 징계 조치를 내렸다. 엄밀히 말해, 지금 금감원에 가해지고 있는 비난보단 금융사의 그것이 이 사태의 '본질적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감독은 제대로 못하면서 징계만 쎄게 해대는' 금감원에 모든 잘못과 책임이 있고, 본질인 금융사의 잘못은 그 뒤로 가려지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후 상황을 모른 채 이 사태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렇게 보여질 법할 정도로 편향된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비단 금융권에서 만이 아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본질이 흐려지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의 본질은 성 접대 등 뇌물수수가 있었다는 것이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노골적으로 행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 일부 정치 세력은 이 같은 본질은 애써 외면한 채 절차만을 문제 삼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도 거짓말 논란에 앞서 '사법농단'이라는 본질을 간과하는 듯이 보인다.

"본질을 무시하고 곁 가지만 바라보면 어느새 본질은 사라지고 사안은 왜곡된다." 최근에 만난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달리 말하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을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나 일부 여론 등에 휩쓸리지 않고, 가급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질을 바라보려는 자세는 언제나 필요하다.
그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건전한 판단을 이끌어내는 첫 걸음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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