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관세말고 탄소국경세 내는 시대‥ESG 해야 살아남는다"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2.24 14:03

수정 2021.02.24 14:03

이재혁 고려대 교수가 24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ESG 세미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영상 캡처
이재혁 고려대 교수가 24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ESG 세미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이제는 아무리 물건을 싸게 만들어봤자 소용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했다면 그만큼 '탄소국경세'를 더 내야 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지속경제사회개발원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재혁 고려대학교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OECD 국가 중 제조업 비중이 많은 나라, 재생에너지 개발 비율이 바닥인 나라인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특히 환경(E)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환경·기후 변화에 따른 ESG 경영 확대와 비즈니스 전략 수립방안'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이 교수는 환경·기후 변화에 따른 ESG 경영 확대와 글로벌 기업의 추진전략'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경제적 수익성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환경적인 위험요소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는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면서 "외국에선 회사의 미션·비전을 지속가능경영 쪽으로 바꾸고 있고, 임원 급여와 연결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따로, 또 같이' 보며 사업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ESG 주요성과지표만 해도 600여개에 달하는데 이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동시에 상호연관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중 환경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지구상의 오존층 파괴가 그 지역 하나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환경 이슈가 나머지 사회, 지배구조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내는 셈"이라며 "특히 정유사들의 ESG 위험노출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시장조사기관 피치의 분석 결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요 투자기관 등 ESG 에코시스템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같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이미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을 넘어 탄소네거티브(탄소 순배출량 마이너스)를 선언했고, 8조 6800억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며 각 기업에게 보낸 서한을 사례로 들었다.

ESG는 비(非)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단순한 윤리 경영이 아니라 투자 판단의 중요 근거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다음 달부터 역내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SFDR)'를 실시하면서 한국 기업에 투자한 유럽 자본의 ESG 관련 정보공개 요구가 늘면서 유럽의 ESG 규제가 한국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미중이 글로벌 ESG 시장을 놓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은 ESG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경제 질서를 지배할 새 키워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ESG 투자 자산은 40조5000억달러(약 4경5000조원)에 달했으며 도이치뱅크는 2030년 전 세계 ESG 투자가 130조달러(약 14경30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fnSurvey